현직 대통령보다 차기 대권 주자들의 발언이 더 주목 받는 한국처럼 세계 주요국의 연말 민심은 새해의 선거전에 쏠려 있다.
내년 4월 대선이 실시되는 프랑스는 야당 사회당이 여성 세골렌 루아얄을 후보로 결정해 남성 중심의 정치문화를 깨고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것인가를 점치느라 송년 화제거리가 부족하지 않다.
2008년 대선을 치를 미국은 올해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의 여성 대 흑인 후보 대결이 벌써 뜨겁다. 여성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여론조사에서 우세지만, 중앙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흑인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도 참신성을 무기로 급상승 중이다.
올해 9월 52세 최연소로 정권을 잡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는 내년 7월 참의원 선거가 정권의 수명을 결정할 최대의 승부처다.
2008년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후임을 뽑는 대선이 예정돼 있는 러시아는 푸틴이 임기 후에도 막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선거구도를 2007년 한해 동안 그려내는데 성공할지 주목된다.
이들 여러 나라 선거전의 공통점은 국민의 시선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신선한 후보' 만들기이다. 또 경제, 안보, 교육ㆍ복지, 양극화 등에서 각국의 고민이 닮아가는 세계화 시대에 어떤 공약과 정책이 제시될 것인가도 관심거리다.
이라크전 실패로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대는 이미 종언을 고하기 시작했고, 미 국민들은 새 희망을 찾기 위해 벌써부터 2008년 대선을 바라보고 있다. 공화, 민주 양당에서 대권을 꿈꾸는 예비 후보들은 앞 다퉈 대선 준비위를 꾸려 정치자금을 끌어 모으고 있다. 언론도 이들의 대결을 가상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때문에 2008년 대선은 어느 때 보다도 선거 때까지의 경합이 치열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주자들의 시동이 일찌감치 걸린 탓에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쏟아 부어질 ‘실탄’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미 국민들이 대선에 눈을 돌리는 것은 임기 내내 부시 정권을 규정해온 9ㆍ11 테러와 이라크전의 질곡으로부터 이제는 벗어나고 싶다는 욕구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특히 국민들은 새로운 비전을 가진 새 대통령이 이라크전의 부도덕성 등 때문에 마음속에 깊게 각인된 자존심의 상처를 치유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보수, 진보를 떠나 미 국민들에게 탈 9ㆍ11, 탈 이라크전의 새 비전을 제시하고 ‘위대한 미국’의 자긍심을 되돌려주는 것이 대선 예비 주자들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은 중간선거에서 상ㆍ하 양원을 장악하는 승리를 거둠으로써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대선 때까지 남은 2년, 특히 2007년은 의회를 주도할 민주당의 시험무대이기도 하다.
미 대선주자들의 비전 제시 노력은 이상과 노선이 담긴 책 출간 붐으로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에서 지지도 1위를 달리면서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뉴욕) 상원의원은 지난 주 어린이 보호부터 안보, 환경, 국가채무 등에 대한 생각을 담은 저서를 내고 홍보에 들어갔다. 흑인출신 첫 상원의원에서 첫 흑인 대통령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민주당 배럭 오바마(일리노이) 상원의원은 변화에의 구상을 담은 <희망의 담대함> 을 폭발적 인기를 바탕으로 베스트셀러에 진입시켰다. 오바마 의원은 민주당 후보 지지도에서 힐러리 의원에 이어 2위를 지키고 있다. 2004년 대선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도 <집> 이라는 책을 낸 후 대권도전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화당으로 눈을 돌려보면 당내 지지도 2위에 올라 있는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은 오는 8월 정치 분야에서의 역사적 결정들을 탐구, 6가지의 주요 원칙을 제시한 새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공화당내 지지도 1위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뉴욕시장 재직 당시 9ㆍ11테러 대처과정 등을 담은 책 <지도력> 이 이미 엄청난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지도력> 집> 희망의>
하지만 부시 대통령의 흔적을 지워버릴 새로운 대통령상을 찾는 노력이 그렇게 성공적인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매케인 상원의원, 미트 롬니 매사추세츠 주지사 등 공화당 대선주자들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다투어 칭송하면서 그를 닮기 위한 경쟁을 벌임으로써 미래의 답을 과거에서 찾고 있다.
어쨌든 미국 대선은 성 대결, 인종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고 여기에다 세대 대결의 양상까지 겹쳐 지면서 매우 극적인 형태를 띄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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