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는 정계복귀를 꿈꾸고 있을까.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 대선 정치판으로 다가서는 그의 발걸음에 쏠리고 있다.
이 전 총재는 2002년 대선에서 패배한 직후 "국민의 선택을 받는데 실패했으니 깨끗이 물러나겠다"며 정계은퇴를 선언했지만, 최근 그의 활발한 행보는 4년여의 공백기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이 전 총재를 직접 만나본 정계 인사들 상당수는 "본인 입으로 출마하겠다는 말을 직접 하지는 않지만, 대선에 도전하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다. "이 전 총재가 두 번의 대선 실패가 페어플레이가 아닌 정치 공작에 의한 것이라며 패배를 수긍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전언도 있다.
측근들의 발언도 심상치 않다. 한 측근은 15일 "이 전 총재가 정치 재개는 아니지만, 정치활동을 재개했다고는 볼 수 있다"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뉴라이트를 비롯해 다양한 보수 단체들을 만나고 있고 내년부터는 비(非) 좌파연합의 결성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내년 1일1일 자택을 개방해 세배 손님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측근은 "이 전총재는 직접 후보로 뛰겠다는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 후보를 측면지원하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은 것"이라며 '킹메이커' 역할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당내에선 이 전 총재가 대선패배의 원죄와 정계은퇴 발언을 번복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빅3'가 정립중인 한나라당 경선에 뛰어들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 전 총재가 일단 당 밖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행동반경을 넓힐 경우 당내 경선 향배에 영향을 미칠 변수는 충분히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요컨대 이 전 총재가 특정 주자에 대한 지원을 선언할 경우 해당 주자가 유리한 위치에 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연장선상에서 이 전 총재가 한나라당 대선 승리 시 정부와 당에서 일정 지분을 행사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전총재가 직접 경선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선 "당이 공멸할 것"이라는 차가운 반응이 많지만, 경선이 대혼란에 휩싸일 것이라는 데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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