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베이징(北京)에서 끝난 첫번째 미중 경제전략대화는 위안화 환율 등에 관한 양측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성과를 내기보다는 향후 진전을 위해 진의를 교환하고 이해의 폭을 넓힌 계기였다.
양측은 대화 종결 후 낸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은 위안화의 유연성을 추구하면서 내수를 늘리고 미국은 저축을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위안화 절상 등의 시간표가 없는 원론 수준의 합의이다. 미측 수석대표인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단 번의 회의로 모든 난제를 풀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략 대화는 예상대로 미국의 창과 중국의 방패 간 대결이었다. 창은 매서웠고, 방패도 견고했다.
대화 첫날인 14일 중국 수석대표인 우의(吳儀) 부총리는 기조연설을 통해 완강한 방어선을 쳤다. 우 부총리는 미중 관계의 최대 장애물은 “미국의 중국 이해 부족”이라면서 미측 대표단에 중국 역사 등을 ‘강의’했다. 우 부총리는 파워포인트와 시각물까지 동원, 아편전쟁 등 중국 역사를 언급하면서 “중국의 부상이 결코 세계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개발도상국인 중국에는 1억5,000만명이 하루 1달러 이하의 생활비로 살아가고 있으며, 농촌문제 등 산적한 현안이 많다”고 역설, 중국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미국과 달리 개도국 중국에게 풀어야 할 내부 난제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측의 창끝도 매서웠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위안화 환율 상승은 중국에도 이롭다”고 몰아붙였다. 중국의 지적재산권 보호 미흡 등을 신랄하게 꼬집은 수전 슈워브 무역대표부(URTS) 대표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당시의 약속을 어기고 퇴보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중국은 “시장 개방은 물론 투자 서비스 부문의 자유도를 높이고 위안화의 유연성을 제고한다”는 양보안을 제시했다. 중국이 통제가능한 범위에서 점진적 변화를 모색한다는 뜻이다. 이 이상의 양보는 없었다. 따라서 지난해 7월 위안화 평가 절상이후 5% 정도 오른 위안화의 가치는 미세하지만 좀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일 것 같다.
미측에서 13명의 각료급 인사와 중국측에서 14명의 각료들이 참가한 첫 매머드 대화가 구체적인 합의를 내놓지 못함에 따라 미국에서는 전략대화의 유효성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미 의회에서 인내심을 갖고 위안화 절상을 기다릴 수 없다는 으름장을 나오고 있다. 반면 중국에서는 미중 갈등을 전략 대화로 흡수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이다.
이번 대화의 전략적 가치를 평가하는 미중의 공감대는 아직 확고하다. 내년 5월 워싱턴에서 열릴 2차 전략대화에서는 미측의 보다 강도 높은 압박, 중국의 구체적인 양보안 제시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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