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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북핵 폐기 시험대가 될 6자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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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북핵 폐기 시험대가 될 6자회담

입력
2006.12.18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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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부터 베이징에서 재개되는 5차 2단계 6자회담은 지난 다섯 차례의 회담과는 몇 가지 측면에서 차원이 다를 것이다. 지난해 11월 회담을 끝으로 13개월에 걸친 공백기 동안 북미 양측은 '말 대 말'과 '행동 대 행동'에 있어 상대방에 대한 무력 공격을 제외하고는 모든 카드를 선보였다.

북한은 대미 수사(修辭)가 먹혀들지 않자 미사일과 핵실험으로 선군의 위용을 과시했다. 미국 역시 두 차례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 대량살상무기구상(PSI)으로 맞섰다. 동시에 미국은 한국전쟁 종전선언 등의 파격적 제안으로 당근과 채찍을 구사했다.

● 핵보유국 주장 등 어려움 예상

회담은 거시적ㆍ미시적 차원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우선 거시적 측면의 고려사항은 북한이 핵보유국의 입장을 고수한다는 점이다. 북한은 6개국에서 4+2를 선언하였다. 미ㆍ중ㆍ러ㆍ북이 핵보유국이고 한국과 일본은 핵비보유국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핵보유국으로서 친북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 속에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9ㆍ19 공동성명 발표 당시의 핵개발 국가에서 이제는 핵클럽 가입 국가로 당연히 핵 포기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다는 여유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베이징 예비회담에서 보여준 김계관의 능청과 발언은 이를 단적으로 시사한다.

둘째, 미시적 측면에서 북미 간 구체적인 동시이행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회담의 걸림돌이다. 9ㆍ19 공동성명이 '창조적 모호성'이라는 미사여구로 포장됐으나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경수로 제공시기를 둘러싸고 휴지로 변한 것을 교훈 삼아야 할 것이다. 핵심 쟁점은 미국이 요구하는 초기 이행조치의 실행이다.

북한 초기 이행조치의 골자는 핵 프로그램 및 시설의 동결과 신고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수용이 될 것이다. 미국의 '당근'이 제공될 수 있는 상한선인 셈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 폐기의 4단계인 동결-신고-검증-폐기의 수순에서 동결과 신고 카드를 미국의 충분한 보상 없이 내놓겠는가는 여전히 의문이다.

반대로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고 있는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금융제재 해제, 유엔 안보리 결의안 완화, 중유 공급 50만톤 재개의 카드를 협상 테이블에서 북핵 동결, 신고와 적절하게 접목시키는 작업은 난제 중의 난제다.

어느 시기에 어느 국가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는 6하 원칙이 없는 합의문은 오히려 회담이 교착상태에 처한 후 상대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킬 것이기에 합의문 작성에 너무 높은 기대를 하는 것은 금물이다.

마지막으로 회담의 구조와 작동 메커니즘이 복잡하다는 점이다. 이번 회담은 소주제만도 BDA, 비핵화, 대북경제ㆍ에너지 지원, 평화협정 체결 및 미북 국교 정상화 등 4~5개에 달할 것이다.

물론 북한의 결심만 있으면 일괄타결도 어렵지 않다고 기대할 수 있으나 북한의 협상 방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제로섬 게임 방식에 능숙한 북한은 시간 개념 없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이른 시일'에 비핵화의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는 라이스 국무장관의 발언이 북한에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 정치적 차원의 예비회담 될 듯

이번 회담은 북한이 핵 폐기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모든 미래지향적인 논의가 수면 밑으로 침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북한이 핵 폐기 의지를 시원스럽게 과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결국 회담은 회담의 구조와 틀을 구성하는 정치적 차원의 예비회담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북미 양측이 상대방의 눈높이를 조절하여 내년 1ㆍ4분기 동안 양자 접촉을 통해 이견을 조율한 뒤 5차 3단계 회담에서 비핵화의 부분적인 성과물이라도 내놓을 수만 있다면 성공적이다. 회담이 시작도 안 되었는데 벌써 차기 회담을 거론하는 것이 부적절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박현선ㆍ고려대 북한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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