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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기문 총장의 지혜와 용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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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기문 총장의 지혜와 용기를 기대한다

입력
2006.12.18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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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4일 취임, 한국인으로는 사상 가장 영예로운 국제적 지위에 올랐다. 식민지배와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한국과 한국민의 자랑스러운 성취를 상징하는 그의 총장 취임을 국민과 더불어 거듭 자축한다. 인류의 평화 열망을 대변하는 유엔 수장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자신과 조국의 명예를 드높이기를 충심으로 바라고 격려한다.

반 총장이 이런 기대에 부응하려면 지금껏 보인 것과는 차원이 다른 외교 역량과 지혜와 용기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192개 회원국이 국익과 외교력을 다투는 유엔을 대표하는 사무총장은 세계 어떤 직책보다 부담과 갈등이 많은 자리다.

특히 초창기 '세계의 양심' 으로 도덕적 권위를 누린 것과 달리, 냉전 종식 이후 유엔의 할 일이 늘어난 데 비해 위상은 떨어졌다. 미국을 비롯한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담합과 견제, 그리고 방만한 사무국 개혁 요구에 제대로 호응하지 못한 탓이다. 이런 어려움을 헤쳐나가려면 특유의 '조용한 외교' 역량뿐 아니라 확고한 소명의식과 용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우리 국민은 반 총장이 북핵 문제 등 한반도 긴장 완화에 남다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 자신 북한 방문과 대북 특사 임명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당장 성급한 기대를 갖기보다는 인류의 안전과 발전과 인권을 위한 유엔의 목표에 헌신하는 가운데 영향력과 권위를 축적, 한반도 문제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게 옳을 것이다.

미국과 중 러 영 불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반기문 총장 선택에 타협한 것은 전임 코피 아난 총장처럼 국제 분쟁에 적극 개입하지 않고 유엔 개혁에 집중하기를 바란 결과로 알려졌다. 반 총장 취임 직후 중 러 일 유엔대사가 일제히 북핵 문제 개입을 자제할 것을 공개 요구한 것은 이런 맥락일 것이다.

반 총장 스스로 취임사에서 사무국 개혁을 통한 유엔의 신뢰 회복을 앞세웠다. 그의 조용한 출발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이끌어내는 지혜로운 용기의 산물로 뒷날 평가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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