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아파트도 분양가 상한제전문가들 "20~30% 떨어질 것" "공급 감소·주택품질 저하" 우려도
정부와 여당이 15일 민간아파트까지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는 등 직접규제로 급선회한 것은 지나친 고분양가의 거품을 빼서 분양가를 낮추기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분양가 인하라는 긍정적 효과 못지않게 주택품질 저하와 신규 공급 감소 등의 부작용도 우려돼 실효성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당정이 시행키로 한 분양가 상한제는 과거 토지비와 표준건축비에 따라 분양가를 규제하는 원가연동제와 같은 개념이다. 현재는 공공택지에 한해서만 전평형에 대해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고 있다.
이 제도가 민간업체에까지 도입되면 건설사들이 건축비를 과다 계산해 폭리를 취할 수 있었던 고리가 끊겨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는 게 당정의 시각이다.
당정은 1999년 국민의 정부 시절 규제 철폐와 경기 부양 차원에서 이루어진 ‘분양가 자율화’ 에 종지부를 찍고 8년만에 분양가 상한제를 부활, 서울 및 수도권의 부동산 광풍을 잠재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건설사들의 고분양가 횡포는 상당 수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도 지금보다 20∼30% 떨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판교신도시 중대형 평형의 경우 채권입찰금액을 제외할 경우 시세의 70% 수준에서 책정된 사례를 감안한 분석이다.
대한주택공사 산하 주택도시연구원 박헌주 원장은 “분양가 상한제는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지만, 건축비가 인하되면 분양가도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도 “시장분위기에 편승해 건설회사가 무분별하게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는 행태가 근절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너스 옵션제 도입도 건축비 인하를 통해 분양가를 낮추기 위한 보완책으로 볼 수 있다.
그 동안 고급화를 명목으로 분양가를 높여 수익을 챙기려는 주택업체의 관행에도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는 마이너스 옵션제 도입으로 5~10%의 분양가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건설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싸보일지 모르지만 고객이 직접 시공할 경우에는 건설사가 일괄적으로 시공하는 단가보다 비싸게 된다는 점에서 효과는 미지수”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이번 합의 내용에 대해 부작용을 지적하는 주장도 적지 않다. 특히 민간아파트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에 대해서는 정부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도 “민간아파트 분양가를 규제하면 주택공급이 지연되고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바 있다.
민간업체의 반발도 거세다. 분양가 상한제는 당장 분양가 자체를 낮출 수는 있지만 수익성 저하 문제로 공급 위축은 물론 주택 품질 저하 등의 부작용이 잇따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S건설 관계자는 “민간아파트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은 분양가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로, 시장경제 질서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위원은 “분양가를 낮추면 기존 주택 값이 분양가에 맞춰 덩달아 뛰는 현상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지 몰라도 이것이 시장 안정을 위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며 “취지는 좋지만 토지 수용권이 없는 민간택지에까지 제도를 확대해 획일화하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건설사가 주택공급을 미룰 경우 수급불안으로 연결돼 오히려 집값 불안을 초래하는 등 악순환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며 “공급까지 늘릴 수 있는 대안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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