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15일 도쿄(東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의 강화를 다짐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새해부터 경제동반자협정(EPA) 체결을 위한 본격 교섭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EPA는 통상 장벽을 철폐하는 것은 물론 지적재산권의 보호와 인적자원 교류 등도 포함하는 폭 넓은 경제활동을 규정하는 협정으로, 자유무역협정(FTA)보다 한 차원 높은 단계이다.
두 정상은 또 양국을 취항하는 항공기를 현재보다 최대 4배까지 증편하고 인도의 주요도시를 연결하는 화물철도 건설계획에 일본이 협력한다는데 합의했다. 일본과 인도가 자유와 민주주의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라는 점을 강조하며 전략적 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인식도 공유했다.
비교적 소원했던 일본과 인도가 이처럼 관계 강화를 향해 움직이는 것은 최근 두 나라의 이해가 급속하게 맞아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중국에 버금가는 거대 시장인 인도에서 라이벌인 한국과 중국에 뒤지는 후발 주자라는 현실을 깨닫게 됐다. 10억의 인구에, 한국과 함께 아시아 제3위의 경제규모를 갖고 있으며, 연평균 8% 이상의 고성장을 구가하는 인도라는 시장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여기에 인도라는 나라의 국제정치적 효용도 인식하기 시작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인도와의 관계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일본에서 인도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가 중국에서 반일 감정이 고조됐던 2005년 4월 인도를 방문한 것은 상징적 장면이었다.
아베 총리는 지난 9월 펴낸 저서 ‘아름다운 나라로’에서 인도와 호주를 끌어들이고 미국과 일본이 함께하는 4개국 정상회담을 제창하는 등 인도를 활용한 중국 견제 의도를 분명히 했다. 일본은 지난 8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 10개국+한중일 경제장관 회의에서 인도와 호주, 뉴질랜드를 포함하는 아시아 EPA 구상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일본의 ‘인도 껴안기’의 성공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인도는 중국과도 정치ㆍ경제적 관계 강화를 시도하는 등 실리 챙기기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일본의 경제력을 최대한 이용한다는 자세다. 인도 총리로는 5년 만에 일본을 방문한 싱 총리는 14일 일본 국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인도와 일본이 전략적 관계를 구축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면서 인도의 국제정치적 효용을 한껏 강조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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