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열린우리당은 15일 현재 공공부문에만 적용되고 있는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부문까지 전면 확대하기로 했다.
우리당 부동산특위는 이날 국회에서 권오규 경제부총리와 이용섭 건설교통부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갖고 1999년 폐지됐던 민간부문 분양가 상한제를 다시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의는 분양가 상한제 도입 시기에 대해 2007년 7월을 주장하는 여당과 2008년을 주장하는 정부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당정은 이와 관련 건교부 산하에 설치되는 분양가 검증위원회가 분양원가에 적정 이윤을 붙인 분양가 상한선을 정한 뒤 행정지도를 통해 민간 아파트 분양가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변재일 우리당 제4정조위원장은 “이미 공공택지 내에서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고 있는 만큼 이를 근거로 민간부문 아파트의 분양원가 상한선을 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정은 내주 중 당정협의를 다시 열어 분양가 상한제 실시 시기와 내용 등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당정은 또 분양가 인하를 위한 실질적 조치로 정부에서 시범 실시 중인 ‘마이너스 옵션제’ 적용을 민간까지 확대하고, 거품 논란을 빚은 건교부의 기본형 건축비 제도를 현실에 맞게 재조정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그러나 분양원가 공개를 25.7평 이상의 민간 아파트까지 확대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당정 간 입장이 엇갈려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채권입찰제(국민주택채권을 가장 높은 가격으로 매입하는 건설사에 공공택지를 공급하는 제도) 도입 여부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회의는 이른바 ‘반값 아파트’의 실현을 위해 특위가 도입을 검토했던 투기과열지구 내 공공택지 공영개발 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당정간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종합부동산세를 주거복지목적세로 전환해 공영개발에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되지 못했다.
정부는 재원조달이 어렵고 주택 품질이 저하돼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공공택지 공영개발 제도의 전면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권 부총리는 회의에 앞서 “제도 개혁은 시장에서 작동이 가능하고 재정에서 부담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움직여야 한다”며 “그래야만 시장에서의 신뢰회복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특위 소속 박영선 의원은 “내년 중 공공택지 공영개발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점차 확대 실시한다는 데 대해서는 당정 간 이견이 없다”면서 “정부는 토지임대부 분양 보다 재정 부담이 적은 환매조건부 분양을 우선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건축비 거품 빼 분양가 인하" 특단대책
정부와 여당이 15일 민간아파트까지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는 등 직접규제로 급선회한 것은 지나친 고분양가의 거품을 빼서 분양가를 낮추기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풀이된다.
당정이 시행키로 한 분양가 상한제는 과거 토지비와 표준건축비에 따라 분양가를 규제하는
원가연동제와 같은 개념이다. 현재는 공공택지에 한해서만 전평형에 대해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고 있다.
이 제도가 민간업체에까지 도입되면 건설사들이 건축비를 과다 계산해 폭리를 취할 수 있었던 고리가 끊겨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는 게 당정의 시각이다.
현재 공공택지에서 적용하고 있는 분양가 상한제는 분양가 간접 규제 방식이다. 하지만 이를 민간 기업에까지 적용할 경우 1999년 국민의 정부 시절 규제 철폐와 경기 부양 차원에서 이루어진 ‘분양가 자율화’ 시대를 마감하게 된다. 당정으로선 8년만에 분양가 상한제를 부활시켜 서울 및 수도권의 부동산 광풍을 잠재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건설사들의 고분양가 횡포는 상당 수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주택공사 산하 주택도시연구원 박헌주 원장은 “분양가 상한제는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지만, 건축비가 인하되면 분양가도 내려갈 것”이라며 “이로인해 민간업체 분양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감이 줄어 시장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란 시각이다. RE멤버스 고종완 소장도 “시장분위기에 편승해 건설회사가 무분별하게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는 행태가 근절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이 협의한 마이너스 옵션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중견 건설업체인 W건설 관계자는 “마이너스 옵션을 하면 불필요한 품목을 빼고 분양받을 수 있어 소비자들이 실질적인 분양가 인하 효과를 체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D건설 관계자는 “당장은 싸보일지 모르지만 고객이 직접 시공할 경우에는 건설사가 일괄적으로 시공하는 단가보다 비싸게 된다는 점에서 효과는 미지수”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이번 합의 내용에 대해 부작용을 지적하는 주장도 적지 않다. 특히 민간아파트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에 대해서는 정부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도 “민간아파트 분양가를 규제하면 주택공급이 지연되고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바 있다.
민간업체의 반발도 거세다. 분양가 상한제는 당장 분양가 자체를 낮출 수는 있지만 수익성 저하 문제로 공급 위축은 물론 주택 품질 저하 등의 부작용이 잇따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S건설 관계자는 “민간아파트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은 분양가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로, 시장경제 질서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위원은 “분양가를 낮추면 기존 주택 값이 분양가에 맞춰 덩달아 뛰는 현상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지 몰라도 이것이 시장 안정을 위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며 “취지는 좋지만 토지 수용권이 없는 민간택지에까지 제도를 확대해 획일화하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건설사가 주택공급을 미룰 경우 수급불안으로 연결돼 오히려 집값 불안을 초래하는 등 악순환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며 “공급까지 늘릴 수 있는 대안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반값 아파트' 합의 실패 왜?
열린우리당과 정부는 15일 당정회의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아파트로 확대하는 데는 합의했지만, 소위 ‘반값 아파트’ 대책에는 합의에 실패했다.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실현 가능성과 부작용 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날 당정회의에서 ‘반값 아파트’ 대책으로 분류되는 공공택지의 전면 공영개발과 토지임대부 분양(토지는 임대, 주택만 분양), 환매조건부 분양(정해진 가격에 공공기관에 되파는 방식)에 대해서는 모두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토지임대부나 환매조건부 방식의 법제화는 공공택지의 공영개발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 세가지 대책은 사실상 맞물려 있다.
이날 당정회의에서 정부가 공식적으로 우려를 나타낸 대목은 무엇보다 토지임대부 분양이다. 공급할 수 있는 토지가 제한적일 뿐 아니라, 공공택지 전부를 공영개발 할 경우 자칫 민간의 공급물량을 위축시켜 부동산 시장이 또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토지임대부 분양은 부지 확보가 관건인데 수요자들이 관심을 둘 만한 부지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그렇다고 수도권 외곽에 공영개발 물량이 집중되면 오히려 수요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재정부담도 정부로서는 골칫거리다. 이 당국자는 “토지임대부로 공급할 경우 매년 물가상승률 만큼 임대료를 올리기가 쉽지 않다”며 “이 경우 장기적으로 막대한 재정소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특히 당정회의에서 정부는 “국민들이 부동산을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소위 반값아파트는 국민들의 자산증식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부동산 자금이 오히려 기존 분양시장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다만 환매조건부 방식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정부측은 “환매조건부는 등기부에 이를 명기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고, 개발이익 환수라는 측면에서 정당성도 있기 때문에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공공택지 공영개발, 토지임대부 분양방식을 당론으로 채택하면 정부도 더 이상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홍준표 '택지 부족'에 반박
‘반값 아파트’(토지임대부 분양주택)안을 처음으로 주장한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반값 아파트 실효성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홍 의원은 서울에 반값 아파트를 지을 만한 택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공공기관 이전부지와 미군시설 등 활용 가능한 택지가 수천만 평”이라고 주장했다. 또 반값 아파트의 임대료가 비싸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엔 “예컨대 3만평을 평당 1,000만원에 매입해 분양하면 34평형 아파트의 월 임대료는 17만원 정도인데, 대지 소유 세금이 없기 때문에 임대료는 더 낮은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용적률 상승으로 ‘닭장 아파트’가 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주거환경 악화의 주 원인은 용적률이 아니라 건폐율”이라며 “지금 수도권이 무리한 중심부 개발억제로 인해 외곽 건물은 높고 도심은 낮아 공기유통이 잘 안 되는데, 중심부 용적률을 높여 ‘원뿔형 도시’로 만들면 환경에 유익하다”고 말했다. 그는 “연기금 활용이나 장기 주택채권 발행 등으로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 의원은 이 날 정부ㆍ여당이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에 대해 “반대하진 않지만, 1999년 없앴던 제도를 반복한다는 지엽적인 의미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당정이 결론 내리지 못한 ‘반값 아파트 실현을 위한 투기과열지구 내 공공택지 공영개발 제도’에 대해선 “이 정권에서 시범 실시하는 것은 찬성”이라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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