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휴대폰 도청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내년부터 휴대폰 암호통화 서비스를 도입한다. 정통부는 그 동안 '휴대폰 도청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해왔으나 이 서비스 도입 추진을 통해 사실상 휴대폰 도청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이동통신 업체들이 통화 장애 및 이용자들의 추가 부담 발생을 이유로 도입에 반대하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통부가 내년 1월부터 시범 도입키로 한 '휴대폰 음성보안서비스'에 대해 이동통신업계는 '득보다 실이 많은 서비스'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음성보안서비스란 휴대폰 통화 시 전파에 잠금장치 역할을 하는 암호코드(PLC)를 함께 실어보내 도청을 막는 암호통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내년 1월부터 희망자에 한해 시범 실시된 뒤 정식 도입될 예정이다.
그러나 정작 서비스가 도입되면 이용자들은 적잖은 부담을 안아야 한다. 이통사들은 PLC를 적용할 경우 통화 용량이 증가해 관련장비를 증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장비증설 비용은 이용자 요금으로 전가된다. A사 관계자는 "장비 증설에 최소 4,0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며 "투자비 회수를 위해 액수는 미정이지만 유료화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서비스가 도입되면 암호통화를 원치 않는 이용자들도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이용자가 암호 통화할 경우 기지국에 부담이 가중돼 다른 이용자들도 전화가 걸리지 않거나 발신시간이 더 걸리는 '콜테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통부가 암호통화 서비스를 강행하는 이유는 정치적인 부담을 덜고 싶은 이유 때문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정치인들이 매년 국정감사 때면 제기하는 휴대폰 도청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을 추진했다"며 "유료화가 불가피하지만 도청에 예민한 이용자들의 불안을 덜어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별도 요금을 내야 하는 만큼 암호통화 이용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정통부가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정책을 굳이 도입하는 것은 골칫거리인 도청 논란을 잠재우려는 속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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