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의 노래는 유행가다. 노래방에서 어른 흉내를 낸다. ‘동요’는 학교에서 잠깐 배울 뿐 생활 속에서 부르지 않는다.
그런데 옛날 아이들 노래를 보자.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 꼭꼭 숨어라 옷자락이 보인다 / 호랑이님 나간다 / 꼭꼭 숨어라” “똑똑 / 누구십니까? / 손님입니다 / 들어오세요 / 문 따 주세요 / 딸깍 / 아랫목에 앉아라 / 아이구 뜨거워 / 웃목에 앉아라 …못 앉겠음 빨리 빨리 나가 주세요” “꼬마야 꼬마야 뒤로 돌아라 / 돌아서 돌아서 땅을 짚어라 / 짚어서 짚어서 만세를 불러라 / 불러서 불러서 잘 가거라….” “두껍아 두껍아 /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 두껍아 두껍아 / 네 집 지어 줄게 내 집 지어 다오” 아이들은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그것도 놀면서.
그런데 언젠가부터 아이들은 스스로 노래를 지어 부르지 않게 되었다. 놀 자리와 놀 시간을 빼앗기면서 아이들은 노래하고 멀어졌던 것이다. 전문 동요작가들이 만드는 ‘창작 동요’가 있지만 거기에는 아이들 말도 생활도 마음도 생생하게 담겨있지 않아서인지, 너무 매끈하게 다듬어져서 그런지 영 재미없어 한다. 어린이가 쓴 글로 어린이 노래를 만들고, 다시 노래를 전파하는 가수이기도한 백창우 시인은 말한다.
“나는 아이들 시 속에 동요의 새로운 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글 속에 좋은 노래가 숨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래동요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 스스로 제 마음과 생각을 제 말로 쓴 시가 어른이 만든 창작 동요보다 더 좋은 동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작 동요가 물이 고인 큰 웅덩이라면 아이들이 스스로 쓴 노래는 졸졸 흐르는 작은 도랑입니다. 구불구불 흐르면서 냉이꽃도 만나고 애기똥풀도 만나고 수수꽃다리도 만나고 머루나무도 만나고 까만 새도 만나고 호랑나비도 만나고 참매미도 만나고 보리밭도 만나고 개밥별도 만나고 발잠자리도 만나면서 소리가 더 아름다워지는 작은 도랑물입니다. 어쩌면 이런 노래들이 동요가 참다운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 한몫을 할지도 모릅니다.”
<엄마의 런닝구> <학교야, 공 차자> <감기 걸린 날> <침 튀기지 마세요> <어머니 손가락에> <산으로 가는 고양이> <소는 똥이 진짜 크다> …, 모두 아이들이 쓴 시가 실려 있는 책이다. 소는> 산으로> 어머니> 침> 감기> 학교야,> 엄마의>
“이 속에 싱싱한 노래의 씨앗이 잔뜩 들어 있다는 것을 나는 믿습니다. 그리고 배웁니다. 어떤 노래가 진짜배기 노래인지, 노래가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 말이 살아있지 않으면, 마음과 삶이 배어 있지 않으면 좋은 노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배웁니다. 참다운 아이들 노래가 많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선 오이처럼 좀 못생겼어도 맛난 노래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백창우 시인의 바람이다.
아이들이 곡까지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럴 때 ‘노래가사 바꿔 부르기’를 하면 어떨까. 우리 아이가 시를 쓰면 가족들이 노래로 불러주자.
어린이도서관 ‘책 읽는 엄마, 책 읽는 아이’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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