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살 짜리 아들을 둔 주부 직장인 변지성(30ㆍ서울 관악구 봉천동)씨는 요즘 지하철로 30분 정도 걸리는 출퇴근길이 짧게 느껴진다. 다름 아니라 2주전부터 뜨개질을 배우면서 이 시간에 가족이 사용할 옷가지를 짜기 때문이다. 변씨는 "가방 안에 털실만 있으면 선 채로도 뜨개질을 할 수 있다" 며 "1주일 만에 아들을 위해 근사한 목도리 하나를 만들었다"고 즐거워 했다.
그는 "태교에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임신한 여직원들은 요즘 점심식사 후 뜨개질하는 게 유행"이라고 말했다.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손으로 직접 짤 수 있는 뜨개질, 퀼트, 십자수 등 핸드메이드 직물 열풍이 불고 있다.
목도리 1만6,000원이면 가능
직장 여성들 사이에서 뜨개질 열풍이 불고 있다. 올해 최고 유행 아이템인 레깅스와 잘 아울리는 손뜨개 느낌이 나는 롱니트나 롱 머플러가 각광을 받으면서 자신의 액세서리를 스스로 짜는 여성이 늘고 있다.
이에 맞춰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뜨개질 소재 판매상들이 스웨터, 카디건 등의 샘플사진과 함께 도안을 함께 올려 초보자들도 쉽게 자신의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준비물은 대바늘과 코바늘, 털실로 간단하다.
털실은 소재에 따라 가격대가 다양하다. 한 꾸러미(100g)를 기준으로 옥션 등 인터넷 쇼핑몰에서 아크릴사(絲)는 3,500원선, 울 80%인 혼방사는 4,000원선, 수입산 슈퍼워시 순모사는 4,500원 선이다. 편물점에서 직접 구입하면 5~20% 가량 비싸다. 뜨개바늘은 500~4,500원 선이다.
가장 간단한 목도리의 경우 실 4꾸러미면 충분하고, 카디건을 만들려면 8~12꾸러미가 필요하다. 따라서 혼방 목도리는 1만6,000원, 수입산 순모를 사용한 최고급 카디건은 4만5,000원 정도면 만들 수 있다.
퀼트와 십자수도 인기 여전
헝겊조각 사이에 솜을 넣고 바늘로 누비는 '퀼트' 의 인기도 여전하다. 전용바늘과 실 시침핀 골무 솜 원단 초크펜 재단용가위 등이 필요하다. 퀼트실의 가격은 2,000~7,000원선. 헌 남방, 낡은 침대보 등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해도 되지만 초보자라면 퀼트용 천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면 소재의 경우 1마(110*90㎝) 당 1만~3만원 선이다.
십자수도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십자수 전용원단(아이다)과 실 도안 수성펜 등을 준비해야 하며 전용실을 구입해야 한다. 십자수 전용실은 개당 285원선. 바늘 뜨개칼 실 등으로 꾸며진 십자수 도구 세트는 9,900원이면 된다. 아이다는 1마당 4,000~6,000원선. 아이다보다 구멍이 촘촘한 린넨의 경우 1만2,000~2만원 선이다.
온라인쇼핑몰, 홈쇼핑 등에는 다양한 뜨개질, 퀼트, 십자수 세트가 나와있다. 인터파크는 가방용 퀼트세트(3만~4만원)와 지갑용 퀼트세트(1만2,000~1만5,000원)를 선보였다.
G마켓의 '주차쿠션 패키지'(7,500원), 크리스마스 선물용으로 적합한 디앤샵의 '트리 패키지'(8,800원)도 눈에 띈다. 뜨개질용으로는 빨강 자주 흰색 등 다양한 색상이 나염 처리돼 있는 순모 머플러사(3,800원)가 잘 팔리고 있다. 십자수 패키지로는 소품인 핸드폰줄, 열쇠고리 패키지(2,500~4,000원)와 액자, 병풍, 식탁보 패키지(1만~6만원) 등이 눈길을 끈다.
GS이숍 이커머스 상품팀 송혜련 대리는 "뜨개질과 십자수 용품의 판매량이 이 달 들어 30% 이상 늘었다"며 "젊은이들 사이에서 개성을 중시하는 성향이 뚜렷해지면서 핸드메이드 직물짜기 열풍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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