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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제대로 알고 씁시다] 소화제, 없으면 허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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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제대로 알고 씁시다] 소화제, 없으면 허전하세요?

입력
2006.12.14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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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동대문병원 소화기내과 김성은 교수

우리나라 국민들은 소화제를 많이 먹기로 따지면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알약이든, 액상제든 누구나 집에 한 두 가지 종류는 가지고 있으며 좀 과식했다 싶으면 반드시 챙겨 먹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외래로 오는 환자들 중에도 본인이 소화 계통 전문 약제들을 가져감에도 불구하고, ‘소화제 꼭 넣어주세요’ 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광고에서 보듯이 소화도 잘 시키고 위장도 보호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일상생활에서 많이 언급되는 소화제라는 용어는 의학적으로 볼 때 애매모호하다. 환자들은 소화불량, 체한 느낌, 팽만감 등에 대한 치료제로, 넓게는 소화기 약제 전체를 통틀어 소화제로 표현하기도 한다. 반면 의료진은 소화효소제만으로 국한시켜 언급할 때가 많다. 이러한 개념의 차이로 인해 환자의 말만 듣고 이중처방을 하게 되는 해프닝이 생기기도 한다. 여기에서는 약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소화효소제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자.

소화효소제의 경우 미국에서 유통되는 약제들은 대개 단일 성분인 반면 우리나라에서 전문처방 없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제들은 대부분이 복합제제이다. 동물, 식물, 미생물 등에서 추출한 다양한 소화 효소, 지방의 소화흡수를 보조하는 담즙산, 그리고 가스제거제인 시메티콘에, 제품에 따라 제산제, 위점막 보호제 등이 추가돼 있는 형태이다.

따라서 양국간에 소화효소제의 적응 범위도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낭포성 섬유증, 만성 췌장염, 췌장 절제 수술 등 췌장기능 부전에 의한 흡수장애에 소화효소제제를 사용토록 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과식, 체함, 소화불량 등이 포함돼 있다.

엄격하게 말하면 소화효소제는 소화효소 분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특히 그 중에서도 췌장의 병에 사용되는 것이 원칙이다. 소화액이 충분히 분비돼 있으면 소화효소제를 먹어도 효과가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식사나 약 복용 뒤 무턱대고 먹는 복합소화제는 실제 소화시키는 약효보다는 먹었다는 ‘플라시보(위약)’ 효과가 더욱 크다고 할 수가 있다.

일반적으로 볼 때 소화제들은 값이 저렴하며 부작용이 비교적 적은 안전한 약제에 속한다. 일시적인 상복부 불편감이 있다고 생각될 때 증상이 경미하다면 한 번쯤 복용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약제들을 너무 믿고 꾸준히 복용하다가 큰 병을 키울 염려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누구나 흔하게 겪는 소화기 증상들인 ‘속이 답답하다’, ‘체한 것 같다’, ‘쓰리다’, ‘배가 더부룩하다’, ‘트림이 난다’, ‘메스껍다’ 등은 그 빈도와 정도만으로 실제 존재하는 위장 질병을 예측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즉, 과식, 스트레스, 약물 등으로 인한 소화 기능만의 문제일 수도 있고, 위궤양, 위암과 같은 심각한 위장 질병의 신호일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체중이 감소하거나 진행중인 심한 통증, 흑색 변, 빈혈 증세가 동반된다면 반드시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하다. 한편 간, 담낭, 담도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도 모호한 위장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들이 있으니 무작정 소화제로 해결하지 말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소화효소제는 손쉽게 구할 수 있고 비교적 안전하며 그 특성을 잘 이해하고 적절한 경우에 사용하면 매우 도움이 되는 약제이지만 소화불량으로 표현되는 불특정한 상부 위장관 증세를 조절하고 완치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따라서 증상이 수일간 지속된다면 약을 더 복용해볼 것이 아니라 의사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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