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2일 오후 5시20분께 부산소방본부 상황실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여기 북구 덕천동 D아파트인데요, 113동 15층에서 시커먼 연기가 계속 나오고 있어요.”
상황실로부터 지령을 받은 북부소방서는 소방관 30여명과 소방차 10여대 등을 급히 보냈고, 이들은 5분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관 등은 주민들이 가리킨 1505호로 달려 갔지만 ‘불’은 없었다. 이들은 현장 조사 결과 인명피해 등이 없다며 그대로 돌아갔다. 주민들은 “옥상 인근에서 10분 정도 연기가 계속 나왔다”고 주장했지만, 소방서측은 “꼭대기층인 15층에 사는 신모(79) 할머니가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생긴 연기”라고 결론 내리고 철수했다.
#2. 다음날인 13일 오전 10시30분께. 소방서에서 다녀간 뒤에도 매캐한 냄새가 사라지지 않자 관리사무소 직원 이모(35)씨는 세대별로 일일이 점검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10층 1005호 주민 강모(43)씨가 연기에 심하게 그을린 채 작은방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15층이 아닌 10층에서 화재가 났던 것이다.
전기누전으로 인한 질식사로 추정하고 있는 경찰은 14일 국립수사과학연구소, 소방서 등과 정확한 화인 및 발화지점 등을 가리기 위해 합동 현장감식을 벌였다. 부검도 했다.
아파트 화재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소방관 등이 현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주민이 숨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화재발생 당시 1층 경비실에는 화재를 알리는 적색신호가 들어와 있었고, 사이렌까지 울렸다.
10층 화재로 발생한 시커먼 연기는 화장실 환풍기를 타고 15층, 신씨네 화장실까지 새어 들어왔고, 이를 본 주민들은 “15층에서 불이 났다”고 신고했다.
강씨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3급 생활보호대상자로 변변한 직업없이 12평짜리 영구임대아파트에서 혼자 생활했다. 강씨의 형수 최혜식(43)씨는 “15층이 아니었다면 다른 층에서 분명 화재가 났을 것이란 생각을 왜 하지 못했는지 원망스럽다”며 오열했다.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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