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통만큼 유행을 타는 의료시술도 드물다. 1년이 멀다하고 ‘최첨단’ 시술이 등장하고 사라진다. 추간판 탈출증(디스크)의 경우 피부를 절개하고 디스크의 중심 조직인 수핵(髓核)을 잘라내는 관혈(觀血)적 수술법이 정통 치료법으로 인정받지만, ‘수술이 필요없는 치료법’에 대한 유혹이 적지않다. 하지만 전문의들 사이에서 효과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다. 병원 쇼핑에 도가 튼 환자라도 누구 말이 맞는지 판단이 여간 어렵지않다. 쏟아지는 요통 치료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그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알아본다.
디스크 부피를 줄일 것인가
척추전문을 내세우는 많은 병·의원들은 요즘 고주파 수핵성형술을 “바늘을 이용한 최첨단”이라며 많이 시술하고 있다. 디스크 안에 바늘을 찔러 넣어 고주파를 약하게(45~55도) 흘리면 수핵이 굳으면서 쪼그라든다는 원리다. 디스크의 수핵이 튀어나와 신경을 누르는 것이 통증의 원인이니, 디스크의 부피를 줄이면 신경압박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처럼 칼을 대지 않고 수핵을 없애려는 시술은 1980년대부터 유행처럼 이어져왔다. 80년대 초반 카모파파인이라는 약물을 넣어 수핵을 녹여없애는 ‘디스크 화학용해술’, 80년대 후반 디스크에 주사바늘을 찔러넣어 수핵을 부숴 흡입하는 ‘뉴클레오톰(경피적 수핵 자동흡입술)’, 90년대 레이저를 쪼여 수핵을 태워버리는 ‘레이저 디스크 감압술’ 등이 기대와 관심 속에 등장했다 사라졌다. 이후 ‘레이저 디스크 감압술’에 내시경을 결합, 영상을 보면서 레이저를 쪼이는 ‘내시경 레이저 병용 디스크 수술법’이 지금 시술된다.
그러나 고주파 수핵성형술과 레이저를 이용한 시술법은 효과에 대해 학계 이견이 많다. 물론 디스크의 압력이 높아진 것이 통증의 원인이라면 이 시술이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통증의 원인은 환자마다 제각각이어서 어떤 환자가 이 시술에 적합한지는 미리 알기가 어렵다.
또 뼈가 자라 디스크가 눌리는 게 원인이라면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울산대의대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이춘성 교수는 “이런 시술로 호전될 환자라면 충분히 쉬고 운동하는 것으로도 해결이 되며, 다른 원인에 의한 요통이라면 시술 후 재발하게 마련”이라며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경을 잡을 것인가
통증 자체를 없애는 시술법도 많다. 최근 ‘무중력 디스크 감압술’이 등장했다. ‘무중력’이라는 표현으로 다소 과장돼 있으나 오랜 견인(牽引) 치료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허리를 위아래로 잡아당기면 디스크가 눌리던 압력이 낮아져 통증이 없어진다는 원리다. 기존의 견인 치료와 다른 것은 감압치료기(DRX3000)의 성능이다. 조은병원 도은식 원장은 “허리를 당기는 강도는 높지만, 짧은 시간 당겼다 놓기를 반복해 근육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조은병원에서 4~6주간 20회(각 30분)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통증의 정도(0 최소, 10 최대)가 남성은 6.54에서 3.08로, 여성은 6.84에서 2.94로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디스크 내 열치료’도 많은 전문병원에서 실시된다. 디스크 안에 바늘을 찔러넣고 고주파를 쪼여 온도를 90도 정도로 높이면 디스크 뒤편의 감각신경이 파괴돼 통증을 못 느낀다. 신경통이나 치통 등에 적용되는 신경차단술과 비슷하다. 고주파 열치료는 흔히 약물치료가 효과가 없을 때 다음 순서로 적용된다. 약물치료는 고전적 시술 중 하나로, 신경에 마취제와 스테로이드 등을 주사해 급성 염증과 통증을 잡는 것이다.
통증을 잡는 이러한 시술들은 재발에서 자유롭지 않다. 디스크 내 열치료는 효과가 늦게 나타나고 말초신경이 재생돼 통증이 재발할 수 있다. 약물치료도 수주~수개월내 재발이 흔하며 반복시술은 3회 정도로 제한된다. 무중력 디스크 감압술은 다른 견인·물리치료와 달리 의료보험이 안 된다.
결국 관혈적 수술이나, 운동을 통한 허리 근력 강화가 근치법에 보다 가까운 반면 이 시술들은 단기간의 통증조절이 목표라고 봐야 한다. 나누리병원 임재현 부원장은 “이러한 시술 자체를 완성된 치료법으로 보기보다, 운동치료를 염두에 둔 1단계 치료로 여기는 게 좋다”며 “일단 요통을 줄인 뒤 근력 강화운동을 꾸준히 해서 재발을 막으라”고 조언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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