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자 축구가 아시아 정상을 확인했다. 이제 아시아를 넘어서 세계 제패만 남았다.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은 14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스포츠클럽에서 열린 일본과의 제 15회 도하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결승전에서 120분 동안 득점 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 대회 2연패의 감격을 맛봤다.
결과만 놓고 보면 고전 끝에 어렵사리 승리한 듯 하다. 그러나 북한은 120분 동안 쉼 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강철체력을 바탕으로 한 박진감 넘치는 공격 축구로 일본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일본은 후반 5분에야 첫 슈팅을 날렸을 정도로 경기 초반부터 북한의 파상 공세를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북한 여자 축구의 놀라운 기량은 세계 정상권 진입이 멀지 않았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김광민 북한 여자 대표팀 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1차 목표인 아시아 정상을 이뤘으니 이제 세계 제패에 도전하겠다”며 야심찬 목표를 밝혔다.
북한이 미국 독일 브라질 등 세계적 강호와 경기를 치르지 않은 탓에 그들의 실력을 섣부르게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그들의 기량은 ‘경이롭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특히 체력적으로는 ‘세계 최강’이라 해도 모자람이 없을 듯 하다. 북한은 준결승에서 중국과 연장 승부를 펼쳐 체력적인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맞은 일본전에서도 120분 내내 ‘폭주 기관차’처럼 그라운드를 누볐다. 믿기 어려운 수준의 강철 체력이다. 뿐만 아니라 볼 컨트롤, 슈팅력 등 개인기도 수준급에 있음이 증명됐다.
북한 여자 축구의 미래가 희망적인 것은 세계 정상을 경험한 ‘젊은 피’들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 여자 청소년대표팀(20세 이하)은 지난 9월 러시아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발휘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북한은 당시 6경기를 치르는 동안 18골을 넣고 단 한 골만을 내주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여자 축구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독일을 2-0으로 완파했고, 브라질도 1-0으로 이겼다.
청소년대회 세계 제패에 이어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하며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북한 여자 축구. 꾸준히 국제 경기에 출전해 차곡차곡 경험을 쌓아 나간다면 세계 정상 등극도 먼 미래의 일은 아닌 듯 싶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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