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6자회담 18일 재개를 합의하는 과정에서 중국을 통해 ‘일정한 조건이 충족될 경우, 영변 5MW 실험용 원자로 가동중지 및 폐쇄와 그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재개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12일 “중국의 전언으로 보면 북한이 빈손으로 베이징에 오지 않을 것이라는 최소한의 기대를 갖고 있다”면서 베이징에서 북미간 양자 및 다자 협상을 통해 북한의 입장을 직접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제시한 ‘일정한 조건’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와 관련된 대북 금융제재 해제, 중유 등 에너지 지원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미국은 6자회담 재개 협의를 위한 북미간 베이징 회동 등에서 북한이 취해야 할 초기 조치에 진전이 이뤄지면 BDA 문제를 별도로 분리한 실무그룹과 한반도 비핵화, 경제 및 에너지 지원, 북미 관계정상화, 북일 관계정상화, 평화협정 분야 등 6개 실무그룹을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은 이 가운데 북한이 우선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 BDA 문제와 함께 비핵화, 경제 및 에너지 분야 실무그룹을 우선 가동할 뜻이 있음도 함께 밝혔다.
미국은 이와 함께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가동 중지할 경우, 6자회담 참여국과 함께 에너지 지원 방안을 협의할 수 있고 회담 진전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BDA 문제의 정치적 해법이 모색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 관계자는 그러나 “북한이 초기 조치 단계에서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 회담은 어떠한 진전도 보기 어렵다”면서 “반면 잘 풀리면 23, 24일까지도 회담이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北·美 '6자회담 전략' 윤곽
18일 재개될 북핵 6자회담의 중심축인 북미가 그려온 회담의 밑그림이 점차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은 6자회담 재개 협의 과정에서 북한에 조지 W 부시 대통령 임기 내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희망을 밝히기는 했으나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함께 한국전쟁 종전선언문에 서명할 의향’ 운운 등의 직접적 표현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부시 대통령 임기 내 해결’ 희망도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입각한 구체적 시간표 제시 없이 대략 그런 목표로 논의를 해보자는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핵 폐기 성공사례로 꼽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남아공 정부의 전적인 협조 아래에서도 핵폐기에 2년 이상 걸린 점과 현재 북한의 태도에 비추어 부시 대통령 임기 내 북핵 문제 해결은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은 물론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의 방북에 대해서도 북한에 어떠한 언질도 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부시 대통령이 17일까지 임명해야 하는 대북정책조정관에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힐 차관보가 실제로 그 직책을 겸할 경우, 대북정책조정관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은 배제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최우선적 관심사항은 여전히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와 관련된 금융제재 해제라는 것도 보다 확연히 드러났다. 북한은 베이징(北京) 북미 접촉에서 제재 해제에만 관심을 표명했을 뿐 미국이 제안한 것에 대해 거의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이 요구하는 초기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로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는 지 ‘꾸러미’를 내보여달라고 해도 묵묵부답이었다는 것이다. 한국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미국의 의도에 대해 ‘꼬치꼬치’ 물은 것에 비하면 대조적이다. 이는 북한이 요구사항을 6자회담에서 직접 제시하려는 의도로 보여 회담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북한이 금융제재 해제에만 몰두해 있음은 중국에 ‘제재 해제’는 금융제재 해제를 의미하는 것이지 유엔 제재 해제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을 전한데서도 여실히 확인된다.
한편 미 국무부 일부에서는 6자회담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북한을 제외한 5자가 목표를 공유하면서 공동전선을 펴는 것이 중요한데 한국의 접근방식이 이런 점에서 가장 염려스럽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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