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바로 불리는 금지금(金地金)을 변칙 거래해 5,600억원대의 부가가치세를 포탈하거나 부당하게 환급받은 도매업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국세청이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같은 수법으로 탈세한 사업자들에게 부가세 1조5,000억원을 부과한 데 이은 조치로 탈세액을 합치면 2조원이 넘어 사상 최대의 탈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조성욱)는 13일 99년부터 지난해까지 금지금 도매업체 등을 설립해 변칙 거래하는 방법으로 5,600억원대의 부가세를 가로챈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등으로 심모씨 등 5개 조직 30명을 구속 기소했다. 심씨는 2,921억원의 부가세를 포탈한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외국 업체로부터 금지금을 사들여 수십여 단계의 국내 유통 과정을 하루 만에 거친 뒤 다시 수출하는 속칭 ‘뺑뺑이 거래’를 반복했다. 국제 시가로 수입한 금지금을 시가의 97% 정도로 수출해 겉으로는 밑지는 장사였지만 이들은 국내 부가가치세 환급 체계의 허점을 이용해 탈세하는 수법으로 돈을 챙겼다.
이들은 유통 과정에 오직 탈세만을 위해 만든 ‘폭탄업체’를 끼워 넣었다. 폭탄업체는 수출 목적으로 신고돼 부가가치세가 면제(영세율)된 금지금을 사들인 후 ‘국내에 유통시키겠다’며 국세청에 부가세 납부 신고를 했다. 물건 값의 10%인 부가세는 판매자가 구매자로부터 물건값과 함께 받은 뒤 국세청에 납부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폭탄업체는 금지금 구매자로부터 받은 부가세를 국세청에 내지 않은 채 세금 납부일 직전에 회사를 폐업하고 도주했다.
폭탄업체를 거친 금지금은 물건 값에 부가세가 더해진 가격으로 수출업자에 넘겨졌다. 수출되는 금지금에 부가세가 부과됐다면 이를 되돌려줘야 하는 국세청은 수출업체에 부가세를 모두 환급해줬다. 국세청이 거둬들이지 못한 세금이라도 되돌려줘야 하는 제도상의 허점을 교묘하게 파고든 것이다.
검찰은 국내 금 관련 사업자들이 이 같은 탈세 체계에 대해서 알고 이득을 얻었다고 보고 폭탄업체와 거래한 도매업자들도 공범으로 사법처리했다. 일부 조직은 친ㆍ인척으로 연결돼 수출과 수입을 도맡았다.
검찰은 그 동안 수입된 금지금 중 연간 120~300톤 정도가 탈세를 위한 편법 거래에 이용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 등 고가품에 대해서도 같은 수법으로 범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징후를 포착,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또 탈세 업체와 그 배후 등 범행 가담자들의 은닉재산을 추적, 탈세 수익은 적극 환수할 계획이다.
최영윤 기자
[Key Word] 금지금
금지금(金地金ㆍGold Ingot) 순도 99.5% 이상의 금괴와 골드바 등 원재료 상태의 금으로 연간 적정 수입량은 80톤 내외로 추정된다. 2003년 6월까지 국내거래에서 수출용 원재료로 거래되면 영세율(부가세 0%)이 적용됐다. 2003년 7월~2007년 12월은 한시적으로 면세 승인을 받은 금지금 도매업자 등이 면세 추천을 받은 금세공업자 등에게 공급할 경우 부가세를 면제 받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