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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방송통신 융합, 기득권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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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방송통신 융합, 기득권 버려야 한다

입력
2006.12.13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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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입법예고되자 세상이 시끄럽다. 방송통신 융합의 큰 두 축 중의 하나인 방송위원회는 이 법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융합추진위원회에 파견되었던 실무인력을 철수하면서 강력하게 반발했다. 방송노조,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등도 반대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방통 융합을 건드리다 벌통을 건드린 꼴이 되었다.

논란의 중심에는 방통위원회의 행정기구로서의 독립성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통합기구에는 통신분야를 관장하던 정보통신부의 업무특성인 일반 행정기구적 요소가 더해져서, 방송위원회의 합의제 독립기관 성격이 약화돼 방송의 독립성, 공공성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논지다. 법률안을 보면 이러한 오해를 받을 만도 하다.

장관급인 위원장을 포함해 5명의 상임위원을 전부 정무직으로 보임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방송의 정치적 편파성에 대해 쓰라린 경험을 가진 국민으로서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 어떤 시대라고 정부가 마음대로 방송을 주무르겠냐고 반문하겠지만, 이런저런 제도적 중립성 장치를 다수 도입했다는 현행 방송법에 의해 운영되는 방송이 정치적으로 독립성을 완전히 구현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은 드물다.

더구나 현재 방송위원회는 정부조직법 상 독립위원회로 설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처지이니, 만약 방통위원회가 일반 정부조직과 같은 성격으로 규정된다면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기가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다른 정부기구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합의제 기구로 운영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방통위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산업진흥정책의 입안과 집행인데, IT 정보통신 뉴미디어 분야의 진흥정책은 분초를 다투는 신속한 결단이 필요하고 타 부처와의 협력이 필수적인 영역이다. 따라서 현재의 정통부와 같은 독임제 행정부처적 요소가 가미된 기구로서 성격이 규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문제는 이렇게 상이한 방송과 통신 영역의 규제ㆍ진흥정책을 한 지붕 아래서 어떻게 조화롭게 집행하는 기구를 구성해내겠냐는 것이다. 공영방송 부분만을 따로 분리해 가칭 '공영방송 발전위원회'를 만들어 방송영역 규제 권한을 위임한다는 대안은 기존 방송위원회의 권한을 축소해 방통위에 붙인 꼴로 대안이 될 수 없다.

또 독립성 구현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의 국회 선출 문제는 현재 방송법 체제를 답습하는 것으로 정치적 독립성이 자동으로 보장된다고 볼 수 없다.

방통 융합에 대해서는 10년 이상 모든 가능한 대안을 다 검토 논의해 왔으니 새로울 것이 없고 그냥 이것 안되면 저것 식으로 조합만 하면 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사실 지금 논의되는 모든 안들은 이미 그 장단점이 최소한 몇번씩은 다 도마 위에 올랐던 것들이다.

그렇다면 냉철하게 각 대안을 비교해 최선의 안을 타협을 통해 합의해내야 한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기득권을 완전히 버리는 자세이다. 현재 입법예고된 법안을 조목조목 반박한 각각의 설명자료들을 들여다보면 이것 역시 자신의 영역은 하나도 양보 안하겠다는 자세이다.

방통 융합은 개별적으로 운영되어 왔던 방송, 통신 규제기구의 물리적 통합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화학적인 융합도 이루어야 방송과 통신의 융합시대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책을 집행할 수 있다. 방통 융합만큼 복잡하게 얽혀있던 원전 수거물 폐기장 부지 문제를 인내로 해결했던 국무조정실의 중재 역량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강남준ㆍ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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