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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고 싶은 인물이 박정희밖에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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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고 싶은 인물이 박정희밖에 없나

입력
2006.12.13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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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박정희 닮기’ 바람이 불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들이 너도 나도 박 전 대통령과의 연고를 강조하며 이미지 차용에 나서고 있다.

10월 유럽을 방문한 이명박 전 서울 시장은 운하를 시찰하면서 검은 선글라스를 꼈다. “선글라스를 끼니 꼭 박 전 대통령을 닮았다”는 말에 그는 “그러냐”며 웃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의 구미 생가를 찾은 이 전 시장은 자신의 공약인 경부운하를 ‘21세기의 경부고속도로’라 명명했다. “조국 근대화의 열정을 기리며 또 다른 도약을 기약한다”는 글도 방명록에 남겼다.

고건 전 총리는 8일 구미를 찾아 박 전 대통령의 덧니를 떠올렸다. 그는 “파안대소 하던 박 전 대통령의 덧니가 아직도 생생하다”며 새마을 운동 실무책임자로 그를 지척에서 모셨음을 에둘러 부각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즐겨먹던 맥주ㆍ막걸리 칵테일에 대한 향수도 내비쳤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차용은 누구보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게 우선권이 있는 듯하다. 박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표에게 있어 든든한 대권 도전의 자산이기도 하다. “아버지께서 생전에…” 라는 말을 자주 한다. “아버지의 못 다 이룬 꿈을 이루겠다”는 말로 특강과 연설을 마무리 할 때도 많다.

이러다 보니 신경전도 만만찮다.

극심한 경기 침체가 국민에게 개발 시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대선주자들이 그래서 박 전 대통령 이미지 차용에 나선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것이 박 전 대통령에게 국한되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박정희 시대가 경제 개발의 성과 만큼이나 독재와 인권 탄압이란 부정적 꼬리표를 달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큰 꿈을 꿔야 할 대선주자들의 ‘상상력 빈곤’, ‘진취적 사고의 부재’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자유주의연대 홍진표 사무총장은 “대선주자들이 사회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새로운 미래비전을 제시하기 보다 ‘경제는 박정희, 따라서 박정희 이미지 닮기’라는 근시안적 사고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씨는 “정치는 원래 전 세대 정치인의 공보다는 과를 극복하려 해야 동력이 생기는 것”이라며 “전 세대를 극복하기 보다 공을 승계하려는 정치인에게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자기 시대의 요구에 충실했던 지도자였다. 하지만 시대가 바뀐 지금 미래를 열겠다는 지도자가 박 전 대통령에게 줄줄이 기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선주자들에게 쏟아지는 국민의 주문은 “과거 이미지를 빌어오는 게 아닌 새로운 비전과 정치적 리더십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다. 보다 밝고 다양한 이미지와 희망을 내놓아 국민이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다. 눈 앞의 민심을 좇아 잇달아 박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는 대선주자들의 모습을 보는 게 유쾌하지 않은 이유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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