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낮 12시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2층 국무회의 식당. 김신일 교육부총리가 참석자들을 향해 말문을 열었다.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 과학자를 좀 더 인정하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여러분들은 국가를 대표하는 과학자로서 좋은 결과(노벨상)를 향해 매진해주기 바랍니다.”
이날 오찬 참석자들은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선정한 ‘2006년 국가석학(스타패컬티)’ 지원 사업 대상자 10명이다.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과학자들이다.
이 사업은 정부가 우수 과학자의 저변을 확대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다는 목표로 만들었다. 지난해 물리와 화학, 생물학 등 3개 분야에서 11명을 처음 선정했으며, 올해에는 대상자가 1명 줄어든 대신 수학분야가 추가됐다. 지난해 1명이었던 여성은 올해에는 없다.
●누가 뽑혔나
수학 분야에는 채동호 교수(성균관대)와 황준묵 교수(고등과학원)가 영예를 안았다. 물리학은 국 양 교수(서울대), 이기명 교수(고등과학원), 이수형 교수(연세대), 임지순 교수(서울대) 등 4명이다. 화학은 서울대 김명수 교수, 생물학은 고려대 최의주 교수, 지구과학은 세종대 김기현 교수와 서울대 이형목 교수가 각각 선정됐다.
황인철 교육부 대학지원국장은 “이들은 3대 1의 경쟁률과 요건 및 업적심사, 국외전문가 평가 등 5단계의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은 과학기술논문색인(SCI) 피인용 횟수가 1,000회 이상, 수학은 100회 이상, 지구과학은 300회 이상으로 신청자격을 제한했다.
이 중 물리학 분야 임지순 교수는 SCI 피인용 횟수가 4,083회에 달해 가장 많았고, 이기명 교수는 2,735회, 화학 김명수 교수는 2,715회를 각각 기록했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보통 5,000회 이상의 SCI 피인용 횟수를 보인 점을 감안하면 임 교수가 수상에 상당히 근접했다고 볼 수 있다. 임 교수는 “연구업적이 축적되면 우리나라도 향후 10년 내에는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올해 국가석학에 선정된 과학자들은 모두 해당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통한다. 국 양 교수의 경우 2002년 탄소나노튜브에 탄소 풀러린을 삽입해 새로운 분자소자를 만들 수 있다는 제안을 한 뒤 이를 실험적으로 입증하는 결과를 네이처지에 게재해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최의주 교수는 세포신호전달 연구의 대가로 손꼽힌다. 2000년 이후 이 분야와 관련해 그가 쓴 논문 3편이 미국과학자협회(AAASㆍAmerican Association of Advanced Science)의 ‘이 주의 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채동호 교수는 편미분 방정식 중 가장 난해한 것으로 알려진 오일러 방정식 관련 중요 논문들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이 분야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43세의 최연소 국가석학으로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딴 황준묵 교수는 복소 기하학 관련 SCI 논문만 40여편을 발표해 국제 수학계의 리더로 자리잡았다.
●얼마나 지원되나
국가석학에게는 개인 연구비로 앞으로 1인당 5년간 매년 2억원(이론연구는 1억원)이 지원된다. 필요할 경우 5년 연장이 가능해 최장 10년간 20억원이 지원되는 셈이다.
교육부는 2010년까지 총 50명의 국가석학을 육성키로 하는 하편 향후 지원 대상을 공학과 인문학 분야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실험연구의 경우 지원 규모가 적다는 지적도 대두되고 있다. 모 대학 교수는 “실험장비와 실험실 운영 등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고 있어 연구비를 매년 4억원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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