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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찬의 미디어 비평] '방통위' 눈 부릅뜨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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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찬의 미디어 비평] '방통위' 눈 부릅뜨고 보자

입력
2006.12.1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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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입법 예고한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11일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열린 공청회에서도 논란은 여전했다.

그간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을 둘러싼 쟁점들은 여러 가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핵심 이슈는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를 어떻게 통합할 것이며 기능과 조직은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 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공청회에서 주로 논의된 내용들을 살펴보면 이제 대통령이 단독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상임위원 5명 전원을 임명하는 문제가 또 다른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유는 자명하다. 새로 출범할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의 독립성, 공공성, 공익성을 얼마나 담보해 줄 수 있을지는 무엇보다 방송통신위원의 인선이 얼마나 제대로 되느냐에 크게 좌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공청회에 참석한 다수의 패널리스트들은 대통령 혼자 방송통신위원을 모두 임명하게 되면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개연성이 크므로 다른 방안을 모색할 것을 주장했다. 그래서 제시된 대안 중의 하나가 기존의 방송위원 임명 방식처럼 방송통신위원의 일정 수를 국회가 선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것은 유감스럽게도 대안이 아니다.

강남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정확히 지적했듯이, 방송통신위원 전부를 대통령이 임명할 경우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기 힘들 것이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방송위원회처럼 방송통신위원의 일정 수를 국회가 추천하도록 한다고 해서 정치적 독립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이 임명하든 국회가 선임하든 방통위원 인선 방식이 정파성을 띠는 순간, 속된 말로 인선은 자기 사람 심기나 나눠먹기 식이 될 수밖에 없으며, 그렇게 될 경우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갖춘 방송통신위원의 임명은 요원한 일이 되고 만다.

결국 정치적 이해관계가 수반될 수밖에 없는 인선 방식은, 지난 3기에 걸친 방송위원 인선이 잘 보여주었듯이 우리의 기대를 계속 저버리고 실망만 안겨줄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세 번의 방송위원 선임 과정을 비판적으로 성찰해보고, 정치권력으로부터 철저히 독립성을 지키면서 동시에 전문성과 대표성,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송통신위원 인선 방식으로 어떤 것이 있을지 바로 이 시점에서 철저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 제기된 안 중 몇 가지가 눈에 띈다.

정미화 변호사는 대법관 임명 절차처럼 시민사회의 추천 절차를 통해 방송통신위원을 전문가 위주로 선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가 제안한 것처럼 시민사회단체, 방송현업단체, 언론학계 등에서 추천한 인사를 대통령과 국회가 선임하도록 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김학진 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위한국민연합 사무국장이 제안한대로 이러한 학계나 시민단체의 추천 절차를 명문화할 수 있다면, 그것은 매우 유력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파적 인선을 사전에 차단하고 민주적, 중립적 인선을 제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제에 KBS와 EBS의 사장과 이사 선임 방식도 새로운 틀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 선임 방식을 둘러싼 논란의 와중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모든 논의가 결국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입으로는 방송의 독립성, 공공성, 공익성을 떠들면서 궁극적으로는 수용자의 주권이나 권익이 아닌 방송통신 사업자의 이해관계를 중시하는 쪽으로 정책 결정이 이루어지지는 않는지 정책 입안자들은 되돌아볼 일이다.

한편 겉으로는 방송통신 융합 현상을 제대로 다룰 문자 그대로의 융합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시대적 당위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가면서도 속으로는 각기 자신들의 입지와 관련된 문제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통합의 당사자인 방송위원회와 정통부는 자문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진정성은 전혀 없이, 일국의 문화적 풍경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을 정치적 딜(deal)의 대상쯤으로 여기고 있는 듯한 정치권은 각성해야 한다.

국민은 앞으로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간에 정치권이 과연 '국민의 권익 보호와 공공복리의 증진을 위해 이바지'하는 법률안을 만드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란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김영찬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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