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택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한 미국에서 장기주택담보대출(모기지) 채무 불이행에 따른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부동산ㆍ금융 전문가뿐 아니라 금융감독 당국마저 모기지 부실화와 가압류 증가를 본격적으로 경고하고 나섰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11일 미국 은행과 대부조합(S&L) 등에 “더 많은 사람들이 내 집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오랫동안 빚에 시달리다 집마저 가압류 당하는 결말은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폴슨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주 미국의 모기지업체 두 곳이 잇따라 파산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7일에는 업계 순위 15위 수준의 ‘오운잇모기지솔루션’이 파산했고 다음날 댈러스의 ‘세브링캐피털파트너스’가 파산했다.
모기지 부실화의 가장 큰 원인은 지난 5년간 주택담보대출이 5배 이상 급증하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차입자에 대한 ‘차순위(subprime) 대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모기지 업계에 따르면 차순위 대출액이 2001년 1,200억달러에서 지난해 6,250억달러까지 증가했고, 전체 모기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에서 13%까지 늘었다. 또 차순위 대출의 부도율은 지난 6월 6.2%를 나타내 1년전의 5.8%보다 0.4% 포인트 상승했다.
연방예금보험공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리처드 브라운은 “모기지 이자율이 상승하면서 차순위 대출자들의 채무불이행과 가압류 비율이 최근 높아지고 있다”며 “이는 주택채무 위기의 초기 증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 몇 년 간 주택 가격이 다른 주에 비해 크게 올랐다가 올해 큰 폭으로 떨어진 캘리포니아 지역이 심상치 않다고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에는 모기지 이자를 내느라 허덕이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한 예로 코로나에 방 세 개짜리 집을 갖고 있는 윌 허츠버그(56)는 ‘완전히 돌아버릴 지경’이다. 2001년 은퇴한 허츠버그는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일하다 집값 버블의 수혜를 봤다. 11년 전 13만달러에 샀던 집이 몇 년 새 27만달러까지 급등한 것이다.
그는 담보대출을 받아 사진을 찍으러 해외 여행을 다니고 도요타 자동차를 사는 등 낭비를 했고, 남은 돈은 닷컴 주식과 원자재 펀드 등에 투자했다가 모두 날려버렸다. 그런데 올해 들어 갑자기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허츠버그는 결국 매월 내는 이자를 줄이되 전체 빚을 늘리는 식으로 채무 재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그가 진 빚은 집을 팔아도 갚지 못할 정도인 33만2,616달러에 이른다. 그의 마지막 희망은 후손들이 대신 빚을 갚을 수 있는 ‘100년 장기대출’ 상품이 나오는 것 뿐이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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