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부터 이틀간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첫번째 미중 경제 전략대화는 미국의 창과 중국의 방패의 대결이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장은 11일 “미국 요구에 긍정적인 답변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위안화 환율, 정부보조금 지급, 지적재산권 보호,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미이행 등을 근거로 전개하는 전방위 대중 압박에 반발하기 보다는 부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의중이 담겨있다.
하지만 미국 태도가 워낙 완강해 중국의 달래기 시도가 효과를 볼 지 미지수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11일 연례 대의회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지적재산권 보호 미흡과 투자 규제, 보조금 등을 지적하면서 “이로 인한 미국 기업들의 손실은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고 표현했다.
USTR은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WTO가 허용하는 법률적 권리 행사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중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중단, 외국 공산품과 농산품 수입을 제한하기 위한 중국의 각종 비관세 장벽 등도 조목조목 언급했다. 미 행정부로서는 대중 경제 압박을 요구하는 민주당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어서 창 끝을 더욱 매섭게 갈고 있다.
중국은 미국산 상품의 구매확대, 대미 투자확대, 위안화 가치의 점진적 인상 등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전략대화가 단순히 무역장벽을 낮추는 수준이 아니라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는 양측간 공감대가 확고해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미측 대표단을 이끌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중국문제를 다룰 때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하며 중국이 시장경제에 기반한 개혁의 길에 머물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근시안적 대중 압박을 무차별적으로 구사하기 보다는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지키는 쪽으로 신중하게 대화가 진행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번 전략대화에는 미측에서 폴슨 장관, 수전 슈워브 USTR 대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카를로스 쿠티에레즈 상무장관 등이 참여하며 중국에서는 우의(吳儀) 부총리가 수석대표로 나선다.
베이징=이영섭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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