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계열에 대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추진되면서 워크아웃의 근간이 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의 재도입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기촉법은 채권단 가운데 75%(신용공여액 기준)만 동의하면 워크아웃을 시행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이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권 부채 500억원 이상인 기업의 회생을 위해 2001년 9월부터 5년간 한시적으로 도입됐다가 지난해 말 기한 만료돼 없어졌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팬택계열이 12개 채권 은행의 동의에도 불구하고 워크아웃 진행이 쉽지 않은 상황을 감안, 기촉법의 재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팬택계열은 현재 15일 이내의 금융권을 포함한 기업, 기관 등 전체 채권단의 100% 동의를 얻어야만 전면적인 워크아웃에 들어갈 수 있다.
그만큼 채권단 전체의 동의를 구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기업이 어음이나 회사채를 돌려받기 위해 반대하면 회생 가능성있는 기업도 구조조정의 기회를 놓칠 우려가 있다. 그런 점에서 기촉법의 재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기촉법의 성과를 보면 재도입 필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기촉법은 시행 이후 5년 동안 65개사의 구조조정을 추진해 하이닉스 등 46개사를 경영정상화하거나 매각하는 등 성공률이 70.8%에 이른다. 또 SK네트웍스 등 12개사는 현재 채권단 주도아래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중이다.
반면 기촉법 시한이 만료된 이후 올해 현대LCD, VK, 현대아이티, BOE하이디스 등 4개사는 채권단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모두 법정관리 상태에 놓였다.
따라서 기업이나 금융권은 물론이고 재정경제부 등 일부 부처, 정치권에서도 기촉법의 재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 열린우리당의 김종률 의원이 기촉법 입법안을 발의해 계류된 상태다.
하지만 기촉법의 부활 여부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달려 있다. 지난해 5월 서울고등법원은 기촉법이 사유재산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재판부 직권으로 헌법재판소에 심판 청구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심판 청구후 2년 안에 판결을 내리도록 돼있어 내년 5월까지는 판결이 날 전망이지만 위헌 판결을 받게되면 재입법은 무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 법제도 아래에서는 회생 가능성이 높은 기업도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해 쓰러질 수 밖에 없다"며 "팬택계열 뿐만 아니라 국가 산업 보호 차원에서도 기촉법 재입법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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