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6개 주요 항만 운영을 추진했던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포트월드(DPW)가 11일 안보 논리를 내세운 미 정치권의 제동에 걸려 항만 운영권을 미국 회사에 넘기기로 했다.
UAE 두바이의 국영 항만물류기업 DPW는 이날 뉴욕 뉴워크 볼티모어 필라델피아 탬파 뉴올리언스 등 6개 항만 운영권과 16개 항구에서의 화물 하역 사업권, 뉴욕항 여객선 터미널 운영권 등 미국내 모든 항만 관련 사업권을 미 자산관리회사인 AIG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테러 위협 등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미 정치권이 세운 장벽에 걸린 셈이다.
DPW는 정확한 매각 금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당초 기대했던 7억5,000만달러를 웃도는 최대 1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DPW는 2월 영국의 페닌슐라&오리엔탈(P&O)을 68억달러에 인수하면서 P&O가 보유했던 미국의 항만 운영권도 갖게 됐지만, 중동에 적대적인 미국의 사회 정서에 밀려 결국 항만을 직접 운영하려던 계획은 물건너갔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DPW의 항만 운영권 인수를 승인했으나 미 의회의 반발은 거셌다. 공화ㆍ민주 양당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3월 하원에서 DPW와 P&O의 항만 운영권 인수 계약을 철회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두바이는 수년간 미 해군에 항구 이용을 허용하는 등 미국과 동맹관계이나, 9ㆍ11테러 자금과 용의자가 UAE를 거쳐 미국으로 들어온 점 등을 근거로 안보문제를 이슈화하는 비판 여론에는 속수무책이었다. DPW 최고경영자(CEO) 모하메드 샤라프는 “AIG는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이번 매각 계약 건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는 올해 국가안보 관련 외국기업 투자 적법성 심사 건수가 약 100건으로 지난해(65건)보다 급증하는 등 외국인 투자에 대한 안보 장벽을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DPW의 미 항만 운영권 포기를 계기로 중동 자본들이 미국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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