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집중했더라면…”
전북 현대의 ‘백전노장’ 최진철(36)에게는 마지막 꿈이 있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달성하며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성취한 듯 싶었지만 못다 이룬 소망이 있었다. 바로 세계 최강의 클럽 FC바르셀로나와 맞대결을 벌이는 것. 그러나 한국 대표팀의 붙박이 수비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 노장의 바람은 아쉽게 이뤄지지 못했다.
아시아챔피언 전북 현대가 북중미 대륙을 대표하는 클럽 아메리카에 아쉽게 패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전북은 11일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1차전 클럽 아메리카(멕시코)와 잘 싸웠지만 후반 34분 로하스에게 뼈아픈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패했다. 이로써 호나우지뉴, 데쿠 등 유럽 최고의 테크니션들이 즐비한 FC바르셀로나와의 ‘꿈의 4강전’은 물거품이 돼 버렸다. 하지만 전북은 한국 프로축구팀 사상 첫 세계클럽월드컵 출전이라는 역사를 쓰며 K리그의 존재를 전세계에 알렸다.
‘역전의 명수’도 세계적인 클럽과의 단판 승부에서는 반전 드라마를 만들지 못했다. 3주간 클럽 아메리카의 전력을 집중 분석한 최강희 감독은 일찌감치 승부수를 후반에 띄웠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로페스와 블랑코 등 노장 공격수들이 후반 들어 급격히 체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
이 전략은 맞아 떨어졌다. 후반 들어 전북은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며 클럽 아메리카를 몰아붙였다. 최 감독은 상대 수비수들이 비교적 단신인 점을 파고들어 집요할 정도로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주 공격 루트로 삼았다.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헤딩 공격을 이용하며 여러 차례 클럽 아메리카의 수비진을 위협했다.
그러나 국제 축구계에서 ‘한물 간’ 선수들로 베스트11을 구성한 클럽 아메리카는 생각보다 강했다. 로페스와 블랑코, 카바나스로 이어지는 스리톱은 수 차례 전북의 골문을 두들겼다. 최진철을 비롯한 전북 수비진은 막판까지 집중력 있는 방어를 펼쳤지만 결국 후반 34분 로하스에게 결승골을 헌납하면서 아쉽게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패배 뒤 아쉬움과 허탈감 속에 경기장을 빠져나온 최진철은 “바르셀로나와 싸울 수 없어서 너무 아쉬울 따름이다. 실점하지 않을 상황에서 골을 내준 것이 안타깝다. 조금 더 집중했어야 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로써 클럽월드컵 4강 대진이 모두 완성됐다. 13일에는 FC인터나시오날(브라질)과 알 알리(이집트)가, 14일에는 FC바르셀로나(스페인)와 클럽 아메리카가 한판 승부를 펼친다. 1차전에서 나란히 패한 전북과 오클랜드시티(뉴질랜드)는 15일 도쿄국립경기장에서 5, 6위전을 벌인다.
도쿄(일본)=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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