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이 당초 예정을 앞당겨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상향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신한은행이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최대한 억제키로 했으며, 타 은행에서도 대출규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금리 인상과 주택담보대출 비율 억제 등에도 아랑곳 않고 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당국이 ‘집값 잡기 전쟁’에 이어 ‘대출 잡기 전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11일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의 대출자산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율을 ‘정상’ 자산은 현행 0.5% 이상에서 0.7% 이상으로, ‘요주의’ 자산은 2% 이상에서 7% 이상으로 상향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은행업 감독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안을 마련하고 이달 3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가계 대출금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정상’ 자산은 0.75% 이상에서 1% 이상으로, ‘요주의’ 자산은 8% 이상에서 10% 이상으로 상향 조정된다. 변경된 적립률이 적용되면 은행들은 대손충당금을 현행 기준보다 2조5,000억원 가량 더 쌓아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충당금 적립은 장부상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간접적으로 대출 축소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신한은행은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대폭 축소하고 나섰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공식 지시는 영업을 자제하라는 것이지만 일부 전세자금 대출이나 잔금대출 등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신규대출이 어렵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 제한 조치를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고객들이 몰릴 경우를 대비한다는 차원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11ㆍ15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 이달 들어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하루 1,000억원을 상회하는 등 억제책의 약발이 듣지 않자, 반공개적으로 은행에 대출 억제를 압박하고, 다음주에 발표할 예정이던 대손충당금 발표까지 앞당기는 등 당국이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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