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 아이는 미국으로, 옆집 아이는 호주로 떠났어요. 국내에서 월 수백 만원하는 과외비를 생각하면 우리 아이도 유학 보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요.”
조기 유학 열풍 속에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약 2만 명의 아이들이 유학을 떠났고 1만5,000명의 유학생들이 귀국했다. 이 같은 통계 수치는 부모들이 자녀의 조기유학 여부를 결정할 때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KBS2는 13일 밤 11시5분 <추적 60분> ‘어느 기러기 아빠의 후회- 조기 유학, 그 후 이야기’를 통해 조기 유학에서 돌아온 학생과 가족들을 만나 조기 유학의 이면을 들여다 본다. 추적>
인호(가명)는 중학교 1학년 때 부모님에게 등을 떠밀려 필리핀으로 유학을 떠났다. 가정부와 운전기사를 두고 클라리넷과 골프를 배웠던 필리핀은 인호에게 천국이었다. 부모님의 사업이 기울자 귀국한 인호는 아직도 자유롭던 필리핀 생활을 잊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인호의 부모는 그런 아들을 보며 조기 유학이 인호를 위해 옳은 선택이었는지 혼란스럽다.
중학교 1학년 때 호주로 유학을 갔다가 3년 만에 돌아온 혜주는 귀국 후 한국의 주입식 교육을 견디지 못하고 자퇴를 결정했다. 현재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혜주는 “한국으로 유학 온 느낌”이라고 말한다. 제작진은 혜주가 자퇴해야 했던 이유를 한국 교육의 현실을 통해 되짚어 본다.
남편 직장 때문에 9년간 미국에서 살다 돌아온 임유미(가명)씨. 남편 귀국 후에도 아이들과 미국에 남았던 임 씨는 한국을 전혀 모르는 막내를 위해 귀국을 결심했다. 귀국한 지 2년째. 임씨는 학교에서 태극기를 제대로 그리지 못해 야단만 맞고 돌아온 아들을 보며 마음이 아프기만 하다.
세계적인 인재를 양성하고 한 해 70조원에 달하는 유학 비용과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기대했던 특목고. 그러나 한 외국어 고등학교의 신입생 중 63.3%가 조기 유학 경험이 있다는 통계는 그런 기대를 무너뜨린다. 심지어 유학생을 위한 ‘특목고 대비 프로그램’이 유행처럼 떠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제작진은 아이들이 유학을 떠나서도 논술 수학 등 사교육에 내몰리는 현실을 지적하며 학부모들의 무분별한 조기 유학 열풍을 꼬집는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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