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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확 바뀐다] <1> 국내 자본시장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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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확 바뀐다] <1> 국내 자본시장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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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1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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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국민은행에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때 낙담했던 곳은 국민은행 뿐이 아니었다. 국민은행에 컨설팅을 제공했던 메릴린치는 인수 성공 시 약 300억원 가량의 성공보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국내 중소형 증권사의 1년 수익과 맞먹는 액수다.

외환은행과 함께 올해 국내 기업 인수합병(M&A)시장의 ‘빅3’였던 대우건설 LG카드 매각에서도 실질적인 주간사는 모두 외국계였다. 국내 증권사는 일부에서 공동주간사로 참여한 정도다. 지난해에는 M&A 실적 상위 10개 증권사 중 UBS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가 8개를 차지했다. 대우건설 매각을 맡았던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의 이우승 팀장은 “대형 딜에서는 적당한 입찰자를 끌어 모으는 네트워크가 중요한데 국내사는 이게 해결이 안된다”며 “그래도 지금은 국내사가 공동으로 참여해 실무를 맡는 식으로 이전보다는 나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M&A시장은 최근 증권가의 화두인 투자은행(IB) 업무의 대표적 영역이다. IB 업무는 M&A를 비롯해 기업공개(IPO) 회사채 인수ㆍ발행 등 자본시장의 핵심을 포함하는데, 국내 자본시장에서 알짜 업무는 대부분 외국계가 장악하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의 주역인 증권사들은 이들의 상대가 되기에는 부족한 탓이다. 국내 증권사의 최대 수익원은 예나 지금이나 브로커리지(주식중개)다.

기업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해오는 외화표시채권 발행시장은 국내 증권사가 따낸 것을 찾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외국계의 독무대다.

지난달 말 한국전력이 발행한 해외 교환사채(EB)는 규모가 10억3,000만달러(약 9,640억원)로 2003년 이후 아시아 기업이 국제금융시장에서 발행한 최대 규모의 주식연계채권이었다. 이 건을 따내기 위해 외국계 10곳과 국내 5곳의 증권사가 도전했는데, JP모건 ABN암로 등 4개 외국계가 주간사로 선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후 한전의 배려로 국내 증권사 두 곳이 물량 일부를 외국계로부터 받는 식으로 참여기회를 얻었지만 결국 이 물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상당한 수수료가 보장되는 국내외 주식대량매매(블록딜) 시장 역시 상위는 외국계가 차지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블록딜 시장 순위에 대우증권이 4위에 올라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5위권에 들었을 뿐이다.

금융 선진국들은 이미 자본시장을 확 바꿔 체질을 개선한 뒤 한국을 비롯한 세계시장을 적극 개척해 막대한 수익을 챙겨가고 있다. 미국의 ‘그램-리치-브릴리’법(1999년), 영국의 금융서비스법(86년)ㆍ금융서비스 및 시장법(2000년), 호주의 금융서비스개혁법(2001) 등이 그렇다. 싱가포르와 홍콩도 각각 2001년, 2002년 증권선물법으로 증권과 선물을 통합하는 등 통합과 규제완화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대세다.

이런 점에서 내년 상반기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본시장통합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국내 증권관련산업의 체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황건호 증권업협회장은 “우리 자본시장은 실물경제 규모에 맞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통법이 제정되면 업무영역 칸막이 제거 및 증권업무 겸영허용 등으로 자본시장에 빅뱅이 발생해 한국에도 국제적 수준의 투자은행이 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전성철기자 foryou@hk.co.kr

국내 자본시장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자본시장의 주인공인 국내 증권사들의 영세함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규모 세계 12위라는 실물경제와 어울리지 않는 자본시장 자체의 미성숙이다. 동전의 양면이기도 한 이 두 측면 뒤에는 공히 ‘쪼개고 규제하는’ 게 특기인 법제도가 자리잡고 있다.

“지금 같은 구조라면 갖고 있는 자기자본도 오히려 너무 많은 수준 아닐까요? 브로커리지에 치중할 거라면 말이죠.”

최근 증권사들이 자본시장통합법 도입을 겨냥해 약속이나 한 듯 ‘자기자본을 몇 조원 확보하겠다’는 식의 경영계획을 밝히는 것을 지켜본 한 외국계 투자은행(IB) 관계자의 말이다.

우리나라 증권사들의 수익구조는 주식중개(위탁매매) 수수료를 통한 이익 비중이 약 60%로, 미국(11%)은 물론 일본(31%)에 비해서도 턱없이 높다. 오랫동안 지적돼 온 해묵은 문제지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그래서 증시 부침에 따라 증권사 수익도 춤을 춘다. 2005회계연도 상반기 국내 증권사들의 순이익은 전체 1조375억원에 머물렀으나 하반기 증시에 불이 붙고 거래가 급증하면서 2조1,408억원으로 두 배 이상(106%) 늘어났다. 그러나 올 상반기 순이익은 증시 조정으로 다시 작년 상반기를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천수답’, ‘구멍가게’라는 지적은 이래서 나온다.

국내 증권사들의 지나친 위험회피 성향도 문제다. 국내 증권사들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영업용순자본비율은 3월 말 현재 평균 611%로 너무 높다는 평가다. 대형 3개사는 717%에 이른다. 일본의 노무라증권(245%)이나 다이와증권(324%), 또는 위험부담수준 지표가 이들과 비슷한 정도인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IB와 큰 차이가 난다. 강형철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사들이 당장에라도 더 많은 위험을 부담할 여력이 있다는 의미”이라며 “덩치를 키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위험한 일은 안하면서 자기자본만 많아지는 것은 자본의 활용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형은 물론 필요조건이다. 3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자기자본 합계는 19.8조원으로 메릴린치(31조원) 모건스탠리(28조원) 골드만삭스(25조원) 등 글로벌 IB 1개사보다 적다. 상위 5개사 평균은 1.4조원으로 일본의 5대 증권사(평균 4.4조원)의 3분의 1이다. 자기자본 확대는 특히 IB 업무 중 수익성이 극대화할 수 있는 자기자본직접투자(PI)에 있어 필수적이다. 국내 한 증권사의 IB본부 관계자는 “주머니에 가진 돈이 많아야 과감히 베팅도 할 게 아니냐”며 “지금 상태에서는 PI를 확대하기가 힘들어 자산관리 같은 다른 업무에 우선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충분한 실탄을 확보한 글로벌 IB들은 단순 중개나 자문을 넘어 자기 돈으로 직접 증권을 인수하거나, 인수ㆍ합병(M&A)에 참여해 고수익을 올린다.

IB의 최우선 조건으로 고급인력을 꼽는 이들도 적지 않다. 미국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M&A 전문가인 김동건 서울Z파트너스 대표는 “하지만 국내 금융권의 경우 기업문화와의 충돌 때문에 능력에 걸맞은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국내 증권사들의 한계는 각종 제한과 규제 투성이인 법과 제도에 의해 악순환되고 확대된다. 증권과 선물, 자산운용 등으로 수많은 벽을 세워 규제를 따로 하다 보니 자본시장을 규율하는 법률은 모두 16개나 된다.

이런 문제들로 활력을 잃어버린 국내 자본시장은 경제 규모의 꾸준한 성장과 반대로 침체를 걷고 있다. 자본시장의 존재이유라 할 기업들의 자금조달(기업공개 주식ㆍ채권 발행)은 2001년을 정점으로 매년 감소해 올해는 2001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자본시장의 규모(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시가총액)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13%로, 1인당 GDP 1만달러를 넘는 25개 선진국의 자본시장 평균(182%)에 크게 뒤지고 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파생상품 대부분 외국계가 장악

주가지수연계증권(ELS)은 올해 상반기에만 10조7,6000여억원의 판매고를 올린 인기 금융상품이다. 그러나 국내 은행,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이 상품들은 조금만 들여다보면 대부분 모건스탠리, 리먼브러더스, UBS 등 외국계 투자은행에서 비싼 수수료를 주고 사온 수입품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상반기 ELS 판매를 통해 국내 은행, 증권사가 챙긴 판매수수료가 전체 판매금액의 1%가 채 안 되는 1,000억원 수준에 불과한 반면, 상품의 실제 설계와 운용을 담당하는 외국 증권사의 수익은 이의 2~3배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잔고가 2,187조원에 달하는 국내 장외파생상품 시장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환율, 금리, 원자재 등의 가격변동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형성된 장외파생시장은 기업의 수요도 클 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상품의 개발과 판매도 가능한 금융업계의 첨단 시장이다.

하지만 원유, 곡물 등 원자재를 국제가격 변동에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수입하기 위한 상품파생 분야의 경우 시장의 대부분을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내은행들은 환율, 금리 등 제한적 분야 외에는 파생거래에 대한 전문성을 거의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중소기업들은 외국계 투자은행으로부터 신용도가 낮다며 거래를 거부당해 무역을 둘러싼 다양한 위험을 고스란히 노출되곤 한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돼 한국판 메릴린치 같은 대형 투자은행들이 생겨날 경우 파생상품 시장의 ‘대외종속’도 여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형 투자은행들은 인수ㆍ합병 과정에서 자본금 확충을 통해 파생상품 판매에 따르는 위험을 떠안을 기본적 체력을 갖추고 있는데다, 리스크를 분산시킬 폭 넓은 국내ㆍ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복잡한 파생상품의 설계와 운용 능력을 갖춘 해외 우수 금융인력의 스카우트도 보다 쉬워질 전망이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은행과 비교해도 규모 훨씬 뒤져

국내 자본시장은 같은 금융시장 내에서도 은행에 비해 훨씬 뒤떨어졌다. 은행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정부 주도하에 고강도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자본시장과 은행권의 불균형 발전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잘 드러난다. 증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간접금융시장 규모(은행 등 예금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이 실물부문에 대출한 자산규모) 대비 자본시장의 비율은 0.83으로 23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바닥 수준인 19위이다.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은행 중심의 금융구조로 발전해오다 특히 외환위기이후 은행이 비약적으로 도약하면서 이같은 경향이 더욱 심해졌다. 현재 국내 은행은 18개사로, 외환위기 당시 33개에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자기자본은 평균 1조원대에서 4조원으로 크게 늘었고 당기순이익 또한 올해 9월말까지 11.1조원으로 웬만한 시중은행의 경우 연간 조 단위의 순이익을 내고 있다.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도 2005년 19.6%로 증권사(7.1%)와 비교가 안된다.

특히 우리 산업구조의 정책적 지향점인 혁신산업 및 고위험산업에 있어 은행은 자본시장에 비해 자금조달 기능이 약하다는 점에서도 자본시장의 발전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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