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내년부터 2010년까지 4년 동안 1조 4,000여억원을 들여 초ㆍ중등 교육 서비스 부문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낡은 화장실과 몸에 맞지 않는 책ㆍ걸상을 바꿔주는 것에서부터 자립형 사립고 부지를 매입해 운영자에게 저리로 장기 분할 상환토록 하는가 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을 위한 기숙사를 짓는 사업도 포함돼 있다.
하나같이 당장 정부 예산으로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일이어서 지방자치단체가 교육 문제 해결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취지는 바람직하다고 본다. 문제는 지나치게 생색내기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다.
발표된 예산에는 그 동안 해 온 사업이 다수 포함돼 있고, 서울시는 이번 사업과 별도로 이미 매년 2조원 가량을 시교육청에 지원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정확히 어떤 분야가 국가적 관리에서 사각지대가 되고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큰 돈을 쓰겠다'고 나선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영어체험마을을 1, 2곳 더 짓는 계획의 경우 현재 지자체별로 영어마을 운영이 실효 면이나 재정 면에서 여의치 않다는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다. 가능성과 효과를 정밀하게 따져보지 않고 짓고 보자는 식은 곤란하다.
2010년까지 58개교의 운동장을 인조잔디로 깔아준다는 계획도 예산이 없어 책ㆍ걸상을 못 바꾸는 교실이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하는 회의가 든다.
더구나 인조잔디는 유독성 물질을 내뿜어 서구에서는 대체제 개발을 추진 중이다. 미국 중ㆍ고교 교사를 영어 원어민 교사로 채용하겠다는 안도 재미동포 단기 한국 유학생을 대거 활용한다든가 함으로써 비용을 덜 들이면서 교육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 있다고 본다.
서울시는 발표에 집착하지 말고 사업별로 필요성과 효과를 치밀하게 따져 예산 배정을 꼼꼼히 해야 할 것이다. 교육자치와 지방자치행정의 관계가 달라지게 된 상황에서 서울시의 교육 지원은 많은 지자체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시민 세금을 생색용으로 쓰려 하면 안 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