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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 아시안게임/술·형의 그늘 딛고 핀 金꽃 두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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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 아시안게임/술·형의 그늘 딛고 핀 金꽃 두 송이

입력
2006.12.11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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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코 120kg급 김광석

“메달 없이 빈손으로 고향에 가게 되면 죽으려고 했습니다.”

# 2년전 술에젖어 막노동판 전전…"고생한 어머니께 결혼해서 효도"

11일(한국시간) 새벽 아시안게임 남자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120kg급에서 금메달을 딴 김광석(29ㆍ수원시청)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울산의 건축공사장에서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렸다. 울산홍명고-경성대를 거쳐 2002년까지는 마산시청 소속의 ‘제법 힘쓰던’ 레슬링 선수였지만 운동이 싫어 모든 것을 때려치운 상태. 월급을 받으면 하루종일 술을 퍼 마셨을 정도니 운동인들 제대로 했을 리 없다. 김광석은 “술 때문에 몸도 마음도 망가졌다”고 했다.

레슬링에 손을 떼고 막 노동판을 전전하다 보니 근육은 풀어지고, 몸은 비대해졌다. 27,28kg이 불어 96kg급 선수의 체중이 115kg으로 늘어났다. 그러던 그에게 우연히 기회가 찾아왔다. 수원시청의 박무학 감독으로부터 “다시 운동을 해보지 않겠냐”는 연락이 온 것. 그게 2005년 1월이었다. 울산의 현대자동차 공장 식당에서 일하는 어머니 이춘화(42)씨에게 더 이상 방탕한 아들이 될 수 없다는 다짐도 곁들여졌다.

다시 매트에 복귀한 김광석은 아예 체급을 120kg급으로 올려 태극마크를 달았다. 천식 때문에 운동을 심하게 하면 구역질이 나는 약점이 있지만 그것을 극복했다. 술은 운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끊었다.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3위에 이어 아시안게임에서 국제대회 첫 금메달을 딴 김광석은 ‘술 파티’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에 “절대로 술은 안 먹는다”고 펄쩍 뛰었다.

“방탕한 생활도 접었으니 이젠 결혼을 하고 싶다”는 게 김광석의 남은 소원이다.

■ 자유형 84kg급 김정섭

# 형 김인섭코치 금 2 딸때 은1·동1…'가문의 영광' 속 맘고생 이젠 훌훌

공부 잘하는 형과 비교되는 동생의 스트레스. 겪어본 사람만이 그 고통을 안다.

형제 레슬링 선수 김인섭(33ㆍ대표팀 코치)-정섭(31ㆍ삼성생명)이 아시안게임에서 따낸 메달은 모두 6개(금 3개, 은 1개, 동 1개).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가문의 영광'이지만 형이 금메달을 두 개 따는 동안 은1개, 동1개에 그쳤던 김정섭의 마음고생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11일(한국시간) 새벽 남자 레슬링 84kg급 결승전에서 야히타 아부다비크(요르단)를 꺾은 김정섭은 태극기를 머리 위에 두르더니 매트 위에서 덩실덩실 춤을 췄다.

"그 동안 사실 형님한테 치였는데 오늘만큼은 내 이야기만 하고 싶다"고 해놓고선 또 형 이야기다. "형은 내 라이벌이자 우상이다. 형이 닦아놓은 길에 맞춰 열심히 가고 싶다"고 했다.

묘한 경쟁심 때문에 형제의 사이가 원만하지만은 않았다. 형 김인섭 코치는 "내가 충고를 하면 자존심이 센 동생이 잘 받아들이지 않기도 했다. 그래서 트러블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 금메달을 땄으니 마음의 짐을 덜었다"고 말했다.

김정섭의 금메달에는 부인 장서윤(26)씨의 '은밀한 기도'도 한 몫 했다. 지난해 10월 결혼한 장서윤씨는 항상 남편의 팬티를 앞에 놓고, "힘을 불어넣어달라"는 기도를 했다는 것. 김정섭은 그 속옷을 입고 경기에 출전해 결국 바라던 금메달을 따냈다.

김정섭은 "내년 2월 태어날 예정인 딸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며 기뻐했다.

도하(카타르)=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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