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판 CNN인 '프랑스 24' 채널이 6일부터 방송을 시작했다. 이 채널은 글로벌 위성을 통해 전세계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TV 국제방송으로, 프랑스의 시각을 대변하고 프랑스적 가치와 삶의 방식을 전파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지난달에는 아랍지역의 문제를 아랍권 시각으로 방송해 유명해진 알-자지라 방송이 영어채널을 출범시켰고, 러시아는 러시아 투데이 TV를, 중국은 CCTV 9을 통해 24시간 자국의 시각과 가치를 영어로 세계 시청자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위성을 이용한 TV 국제방송에 힘을 쏟는 이유는 자국의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 각국의 치열한 국제방송 전략
이미 100여 개 이상의 채널 선택권을 가지고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국가 브랜드를 구축하게 하는 프로그램은 어떤 것일까? 우리의 경우 드라마를 먼저 떠올릴 수 있다. 한국의 드라마가 중국 대만 일본 등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많은 아시아 시청자들이 대한민국에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오락 프로그램을 통한 국가 브랜드 제고 전략은 양면의 날을 가지고 있는 칼이다. 한 편의 드라마가 성공하면 많은 한국 팬들을 확보할 수 있지만, 실패한다면 그만큼의 안티 팬들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때문에 TV 국제방송을 통해 국가 브랜드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수익이나 시청률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과 정보를 갖게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제공하여야 한다.
독일의 해외위성방송인 도이치벨레나 프랑스의 TV 5, 중국의 CCTV 9과 같은 TV 국제방송사들은 해외에서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자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담은 프로그램들을 전달하는 '창구'역할을 하는데 주력한다.
그래서 이러한 TV 국제방송사들은 재원이나 법적인 측면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도이치벨레의 경우 독일 연방헌법에 명시된 공사(公社)로서 연간 약 3,300억원 정도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TV 5 역시 공사의 지위로 연간 1,000억원 정도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 브랜드 제고를 목표로 국내 외국인과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방송하는 TV 국제방송으로는 아리랑 국제방송이 유일하다. 그러나 외국의 국제방송사들에 비해 아리랑 국제방송이 가지고 있는 법적인 위상이나 재원 규모(연간 430억원)가 매우 열악하기 때문에 양질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위상ㆍ재원 열악한 아리랑TV
물론 방송을 통한 국가 브랜드 제고에는 아리랑 국제방송 뿐 아니라 한국의 민영, 공영 방송사들도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방송사의 목표는 시장의 확대를 통한 수익 증대와 경쟁력 확보이지, 수익 감소나 단기적 실패를 감수하고서도 국가 브랜드 제고를 위해 양질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아니어서 한계가 있다.
결국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아리랑 국제방송이 양질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여기에 해외 시장을 개척하려는 개별 방송사들과 상호 협력하는 윈-윈 전략이 병행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유세경ㆍ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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