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선에서 좌파 도미노 현상을 겪은 남미가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경제 공동체 구축에 나섰다. 남미가 친미와 반미,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이데올로기 싸움에서 벗어나 지역별로 블록화하고 있는 세계 경제 질서에서 살아 남기 위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8, 9일 볼리비아 코차밤바에서 열린 제2차 남미국가공동체(CSN) 정상회의의 관심은 남미의 현실과 위기 의식을 반영한 듯 온통‘경제’에 집중됐다. 정상회의를 주관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9일 폐막식에서 “유럽연합(EU)식 경제공동체를 만들자”면서 “이는 3~5년이면 실현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제안에 12개 회원국들은 남미의 경제를 통합하고 장기적으로는 남미 의회창설까지 논의할 기구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회원국들이 지역 경제 통합을 통해 당면 과제인 빈곤을 퇴치한 뒤 향후 국제사회에서 정치력 확대를 모색하자는데 뜻을 같이 한 것이다.
회원국 대부분이 좌파 정권임에도 불구하고 회의에서 정치적 문제는 뒷전이었다.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 당선자는 브라질 아마존 지역과 에콰도르의 태평양 연안을 연결할 수송망을 건설을 제의했고, 남미 최대 석유 수출국인 베네수엘라는 에콰도르에 대규모 정유 시설을 제공할 뜻을 밝혔다.
브라질도 천연가스 수출국인 볼리비아에 투자 확대 계획을 발표하며 에너지 협력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에너지 개발과 인프라 확충을 위한 노력은 앞으로 진행될 중남미 통합 과정에서 원동력이 될 것”이라면서 “이 두 가지는 1950년대 석탄과 철강이 유럽통합의 촉매제가 됐던 것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제공동체 구상에 대해 남미 국가들이 정치ㆍ경제적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로 에콰도르는 베네수엘라의 선심성 정책에 대해 반미주의를 확산하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의심하며 선뜻 수용하지 못했다. 브라질도 최근 볼리비아가 석유회사를 국영화하면서 자국 회사들이 피해를 입은 것을 못 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특히 최근 CSN 멤버인 콜롬비아와 페루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데 대해 베네수엘라가 강력히 반발해 경제통합을 이루려는 CSN 국가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CSN은 브라질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칠레, 볼리비아, 가이아나, 페루, 우루과이, 파라과이, 콜롬비아, 에콰도르, 수리남 등 12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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