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될 성 부른 떡잎’에겐 돈을 쏟아 부어 최고로 만든다. 만일 키울 ‘떡잎’이 없다면 아예 돈을 주고 사오면 된다.
스포츠의 세계에는 역경을 딛고 승리한 ‘인간 승리’의 드라마가 펼쳐지지만 여전히 위력을 떨치는 것은 ‘돈의 승리’다. 막강한 ‘오일 달러’를 앞세운 중동국가의 ‘금메달 만들기’가 그 좋은 예다.
9일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육상 남자 멀리뛰기에서 8m02를 기록, 금메달을 목에 건 타헤르 알 사바(27)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명품 트레이닝’의 수혜자다. 알 사바를 가르치고 있는 코치는 지난 91년 도쿄 그랑프리 대회에서 8m95를 뛰어 아직까지 깨지지 않는 세계기록을 갖고 있는 마이크 포웰.
알 사바에게 몸값 비싼 스승을 붙여준 것은 나와프 빈 모하메드 왕자다. 모하메드 왕자는 포웰 뿐만 아니라 미국의 1급 코치인 존 스미스를 컨설턴트로 고용해 알 사바의 기록 향상을 돕고 있다. 그 결과 알 사바는 사우디에 이번 대회 첫 육상 금메달을 안겼다.
바레인은 3개의 육상 금메달을 모두 돈으로 샀다. 남자 3,000m 장애물에서 우승한 타렉 무바라크 살렘(17)은 2005년 조국인 케냐에서 바레인으로 귀화한 선수. 여자 800m 금메달리스트인 마리암 유수프 자말(22)은 에티오피아 출신이고, 남자 1만m에서 1위를 차지한 하산 마흐붑도 아프리카에서 ‘수입’해온 선수다.
수 백만 달러를 들여 선수를 ‘수집’한 개최국 카타르도 톡톡히 재미를 봤다. 카타르는 이번 대회에 앞서 이란 출신의 세계 정상급 남자 보디 빌딩 선수인 카말 압둘살람 압둘라만(35ㆍ85kg 이하급)과 자심 알리 타바리지 누리(34ㆍ90kg 이하급)를 귀화 시켰고, 이들은 나란히 금메달을 따내며 카타르 국민들을 열광시켰다.
또 카타르 남자 농구 대표팀은 10일 한국에 역전패를 당하긴 했지만 ‘미국 용병’을 앞세워 E조 예선 1위(4승1패)로 8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남자 마라톤 우승을 차지한 무바라크 하산 샤미(26)도 케냐에서 카타르로 귀화한 선수다.
카타르 선수단 359명 가운데 20여명이 이처럼‘귀화 프로젝트’에 따라 국적을 바꾼 선수들로 이들은 보디 빌딩을 비롯해 육상 농구 체스 역도 등에 출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수입 선수’들이 모두 투자 대비 결실을 거두는 건 아니다. 카타르는 남자 3,000m 장애물 세계 기록 보유자인 사이프 사에드 샤힌(24)을 케냐에서 귀화 시켰으나 샤힌은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했고, 불가리아 출신의 역도 선수(105kg급) 사이드 사이프 아사드는 성의 없는 플레이로 실격 당해 ‘먹튀’ 눈총을 샀다.
도하(카타르)=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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