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노무현 대통령 추종 세력이 전국 당원대회를 갖는가 하면 반대쪽의 신당파가 당내 설문조사 계획을 계속 진행시키는등 여당의 내부 갈등이 ‘차근차근’ 한판 대결로 치닫고 있다.
갈등의 한 편에서 이를 독려하며 선두의 책임을 주장하던 노 대통령도 어제 해외 순방에서 귀국했다. 깨지는 소리는 금주 중 큰 고비를 이룰 것이라고 한다. 관심을 접으면 그만일 집안 싸움에 불과하지만 여당의 당내 대결이 치열해질수록 국민의 시선이 더 싸늘해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당장 15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해야 할 임시국회가 파행을 면치 못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그래서 더 커지고 있다. 그러나 그 싸움은 왜, 무엇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 명분과 설명이 따르지 못하는 전형적인 당파 분쟁이다. 그렇게 해서 신당이 나오거나, 분당이 될지 모르겠지만 온전한 정치세력으로 되살아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런 정파에게 절실한 국민의 문제에 해답을 줄 수 있는 대의의 기능을 기대하기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한국일보가 11일자로 보도한 여론조사는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다음으로 빈부격차 완화와 복지 증진을 꼽고 있다. 그 다음은 사회갈등 해소와 국민 통합이다.
이 세 가지에 담긴 국민의 희망과 필요는 모두, 지금 여당이 보이는 난맥상으로는 도저히 충족시킬 수 없는 정반대 쪽 것들이다. 대통령과 여당이 엉키고 뒤섞여 의미 없는 승부에 열중하는 사이 지지도가 바닥세를 면치 못하는 것 역시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적어도 국회 회기를 다할 때까지만이라도 자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그리도 어려운 일이냐고 묻는다면 무슨 답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눈에 보이는 것은 싸움의 상대 뿐이고, 머리 속을 채운 생각이라고는 상대를 제압하려는 잔꾀들 뿐인 것 같다. 여기에 귀국한 대통령까지 다시 가세한다면 참으로 가관일 텐데, 등 돌리는 국민들의 찬 바람 같은 것에는 감각이 전혀 미치지 못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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