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사학법 처리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11일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 사학법 재개정을 밀어붙이겠다고 호언은 했는데 대여 압박책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 안팎에선 벌써부터“이번에도 폼만 잡다 마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온다.
8일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은 사학법 재개정을 새해 예산안 처리와 연계할 수 있다며 여당을 압박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임시국회 첫날인 11일 하루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의사일정 중단은 길어질 수도, 짧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당이 사학법 재개정에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15일 예산안 처리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9일 봉사활동 차 광주로 내려 간 강재섭 대표는 “예산안과 사학법을 연계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다음주까지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김 원내대표의 말은) 사학법을 논의하자는 한나라당의 제안에 대해 여당이 관심을 보이지 않아 경종을 울리는 것이지 연계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예산을 볼모로 잡는 데 대한 여론이 좋지 않자 일찌감치 선을 그은 것이다.
그러자 “강 대표가 너무 카드를 일찍 내보였다”는 불평도 원내대표단 쪽에서 나왔다. 한 관계자는 “대책도 없이 예산과 연계 하지 않겠다는 말만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렇다고 사학법이 또 다시 해를 넘기는 것을 속수무책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묘책을 찾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로스쿨 법안과 사학법 재개정을 연계 하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열린우리당에 로스쿨 주고 사학법 재개정을 받아오자”는 것이다. 하지만 로스쿨에 부정적인 율사 출신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어 당내 조율부터 쉽지 않다.
여당의 분란을 틈타 국회 표결이라는 정면승부를 걸어보자는 주장도 있다. 한 원내대표단 관계자는 “여당에도 개방형 이사제 관련 조항이 수정돼야 한다는 데 동조하는 의원들이 20여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승리가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험을 했다가 실패할 경우 사학법 재개정이 완전히 무산된다는 위험성 때문에 채택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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