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성 바오로 성당 지하실에서 사도 바울의 유해를 모신 석관이 발견됐다. 이런 사실을 바티칸 고고학자들이 오늘 공식 발표한다.
바울이 로마에서 기독교를 전파하다 네로 황제에게 처형 당한 것이 55세 때인 AD 65년이고 석관에 유해를 보관한 것이 390년이니 1,600여년 만에 햇빛을 보는 셈이다. 조만간 일반에 공개한다니 기독교인들로서는 성인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겠다. 대리석 관 뚜껑에는 라틴어로 ‘Paulo Apostolo Mart(순교자 사도 바울)’라고 선명하게 적혀 있다고 한다.
■바울에 새삼 관심을 갖는 이유는 기독교 교리를 체계화하고 초대 교회 성립에 결정적 역할을 한 세계사적 인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유명한 말이 떠올라서다. 코린토 교회 사람들에게 보낸 편지(‘고린도 전서’13장)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랑은 오래 참습니다. 사랑은 친절합니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자랑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교만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무례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앙심을 품지 않습니다. 사랑은 불의를 보고 기뻐하지 아니하고 진리를 보고 기뻐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주고 모든 것을 믿고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냅니다.”
■주례사에 자주 인용되는 이 구절이 요즘처럼 종교의 이름으로 테러와 불의를 자행하고 다른 종교를 배척하는 세상에서는 특별히 소중하게 들린다. 바울의 후예인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작년 크리스마스 때 발표한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Deus Caritas Est)’에서 “복수나 심지어 증오와 폭력의 명분에 신의 이름을 결부시키는 오늘날”을 개탄하며 사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랑은 거저 주는 것입니다. 다른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교회의 이름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결코 교회의 신앙을 다른 이들에게 강요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 생명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는 것이야 기독교에만 독특한 가르침은 아니겠다. 이슬람교건, 불교건, 유교건 인류의 지혜가 응축된 가르침이라면 한결같이 사랑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그 가르침이 아직 실현되지 않았으니 1,600여년 만에 세상에 나올 바울 사도가 다시 한 번 사람들에게 전해 주었으면 한다. 그는 예언처럼 이렇게 덧붙였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 이 세 가지는 언제까지나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랑입니다.”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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