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 ‘로또’를 맞춰보는 심정이다. ‘한 방’만 터지면 지금까지 당했던 망신을 한꺼번에 되 갚을 만한 ‘인생역전’의 드라마가 펼쳐지지만 무릎을 꿇는다면 노메달의 수모가 기다리고 있다.
한국 남녀 농구 대표팀이 메달 길목에서 아시아 최강 중국과 맞붙는다. 여자 대표팀은 11일(한국시간) 중국과 4강전을, 남자 대표팀은 12일 8강전을 벌인다.
극적인 반전이 통할까
일단 중국전을 앞두고 화력 시범은 화끈하게 선보였다. 이란, 요르단에 패해 탈락 위기에 몰렸던 ‘디펜딩 챔피언’ 남자 농구는 10일 뜻밖의 대어를 낚았다. ‘오일 달러’를 앞세워 미국 선수들을 귀화 시킨 강호 카타르를 상대로 연장 접전 끝에 87-81로 승리한 것. 그 동안 발목 부상으로 뛰지 못했던 방성윤이 경기 도중 진통제를 먹어가며 무려 42점을 쓸어 담았다. 덕분에 한국은 E조 4위로 간신히 8강에 오를 수 있었다. 여자 대표팀도 9일 약체 태국전에서 101-39, 무려 62점차의 대승을 거두며 지난 5일 대만전 패배의 충격을 씻었다.
너무 일찍 만난 만리장성
객관적인 전력상 중국을 넘는 것은 힘겨워 보인다. 다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방성윤 양희종이 카타르전에서 눈물겨운 투혼을 보였고, 센터 하승진도 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참아가며 뛰었다.
세대 교체의 후유증을 톡톡히 겪고 있는 여자 농구는 수비 변화로 승부수를 띄운다. 유수종 감독은 “어차피 중국과는 신장과 경험에서 밀리기 때문에 수비 전술에 변화를 줄 수 밖에 없다. 신정자의 골밑 공략과 변연하의 외곽포가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만일 한국 농구가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하면 남자 대표팀은 1958년 도쿄 아시안게임 이후 48년 만의 노메달 수모가 기다리고 있고, 여자 농구는 지난 98년 방콕 대회(동메달)를 제외하고 빠짐없이 결승에 올랐던 전통에 흠집이 생긴다.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다.
도하(카타르)=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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