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로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지 꼭 5년이 된다. 5년 전 WTO 가입 협상 수석대표를 맡았던 롱융투(龍永圖) 당시 경제무역부 부부장은 10일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를 개방할수록 국가는 안전해졌음이 증명됐다”고 5년을 평가했다.
그가 말하는 안전은 1차적으로 경제의 안전을 의미한다. WTO 가입 이후 중국 경제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5년간 평균 9%씩 성장하면서 5,000억 달러 수준이던 무역규모는 1조 5,000억 달러로, 2,122억 달러였던 외환보유고는 1조 달러로, 470억 달러였던 외자유치 규모는 724억 달러 이상으로 급신장했다. 중국은 세계 6위 경제규모에서 4위 경제규모 국가로 뛰어올랐고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점치는 전문가들은 사라진 지 오래다.
경제와 산업이 튼실해지면서 중국 체제 안전도가 높아졌다. 롱용투는 “국제화로 인해 중국과 상대국들은 ‘네 안에 내가 있다’는 말처럼 서로가 많은 부분을 공유하면서 중국의 체제 안전은 향상됐다”고 말했다. 위안화 저평가, 막대한 대미 흑자 등을 고리로 압력만을 넣던 미국이 이제는 중국과 경제 전략대화를 개시하면서 상호 보완을 강조하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이런 상황을 “G7(선진 7개국)의 시대는 가고 미국과 중국, G2가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상황이 왔다”고 평가했다.
최근 중국 CCTV가 15세기 포르투갈부터 20세기 미국까지 근대 이후 세계 9개 패권국의 흥망성쇠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영, 중국 국민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이끌어낸 것도 비슷한 현상이다. 결국 경제개방이 중국 사회주의 체제의 안정을 가져온 것은 물론 이제 패권국가로 도약할 때가 왔다는 자신감까지 중국인들에게 불어 넣어준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성장은 ‘중국식 개방’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전략산업에 대한 외국 자본의 인수ㆍ합병(M&A) 장벽은 높고, 외자의 소유 지분을 25%로 제한하는 은행업 등에 대한 개방은 미미하다. 중국 경제의 주도권을 외국자본에 허용치 않으려는 움직임은 결코 중단된 적이 없다.
아울러 개방의 정도가 심화할수록 가속화하는 시위 등 국민들의 집단행동은 과연 중국이 여전히 안전한가라는 물음을 던지게 한다. 중국 신화통신은 10일 올해 1만 7,000여건의 집단 시위가 발생했고, 중국공산당은 이에 단호히 대처하는 내용의 방침을 확정했다고 전했다. 이는 WTO 가입 당시 서방 언론들이 중국의 경제 개방은 정치체제의 개방도 촉진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실현되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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