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급증하는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이 자칫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시중 은행들이 주택대출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려 가계의 이자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주택가격이 급락할 경우 210조 원대에 이르는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이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정이다.
위기 여부는 차치하고, 우선 2003년 카드사태로 인한 가계신용대란으로 홍역을 치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또 다시 비슷한 위기상황에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에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학습능력, 자기교정능력이 고작 이 정도 수준이라는 고백에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권오규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나서 위기 가능성을 들먹이는 행동은 정말 염치없는 짓이다. 주택담보대출이 이 지경이 된 데에는 정부와 금융권, 국민 모두가 책임을 나눠 가져야 하겠지만 일차적 책임은 역시 건전성 감독의무를 다하지 못한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책임 또한 정부에 못지않다. 은행 간 외형 부풀리기 경쟁에 몰입돼 제대로 된 여신심사 한번 없이 무작정 대출을 남발해 오늘 같은 사태를 불렀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주택이라는 안전한 담보만 믿고 무한정 돈을 빌려주는 ‘전당포식 행태’는 여전하다. 대출의 부실이 우려되자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그 부담을 전적으로 고객들에게 전가하는 행태도 비난 받아 마땅하다.
가계 신용대란의 재발을 차단하려면 은행들은 외형경쟁을 멈추고 여신심사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또한 CD금리에 따라 오르내리는 변동금리 방식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장기 분할상환 방식의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원금 일시상환 방식은 70% 내외, CD금리 연동대출 비중은 98%에 이른다.
금융당국도 부동산대책이나 경기대책의 눈치를 보면서 감독의 끈을 늦추고 죄는 구태를 버리고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본연의 목표에만 전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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