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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법관 그들은] 개인 환경이 판결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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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법관 그들은] 개인 환경이 판결에 미치는 영향

입력
2006.12.08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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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톱10에 장남은 1명도 없어…장남이 막내보다 권위에 복종 경향 강해시국사건서 '반골'은 일반사건도 '반골'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 특히 대법관들은 판결의 신뢰를 얻기 위해 지인들과의 만남 조차 꺼리고 수도승 같은 생활을 하며 임기를 보낸다. 윤관 전 대법원장은 “법관은 외부 압력은 물론 주관적 사상이나 인생관 등 자기를 형성하는 모든 요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자신으로부터의 독립’ 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 말은 역설적으로 ‘양심의 감옥’에 갇혀 사는 대법관 개개인의 가치관에 성장환경이나 종교 등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일보 기획취재팀의 조사결과는 ‘환경적 요인이 대법관들의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설이 사실임을 보여준다.

●환경적 요인과 소수의견

10명 중 장남(외아들 제외)은 1명도 없었고, 전원 종교를 갖고 있었다. 출생순서로 보면 외아들과 차남이 각각 3명이었고, 3남 이하가 4명으로 가장 많았다. 출생순서 조사가 가능했던 역대 대법관 88명 중 장남이 23.9%(27명)인 것과 비교하면 현격하게 차이 나는 수치이다. 또 전원합의체 형사사건 소수의견 비율을 따져 봐도 3남 이하가 19.83%로 가장 높았고, 장남은 13.30%로 6.53%포인트나 낮았다.

이 같은 대법관들의 출생순서에 따른 성향은 미국에서도 두드러진다. 미 노스캐롤라이나대 정치학과 케빈 멕과이어 교수에 따르면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 중 장남은 65%나 됐으나 막내 출신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장남 출신 대법관이 정치적으로 더 보수적(conservative)이고, 막내 출신이 보다 진보적(liberal) 성향을 보인다는 것은 미국 학계의 정설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장남이 규칙을 잘 따르고 권위에 복종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막내들이 더 자유로운 사고와 기존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특성을 보이는 것과 관련 지어 해석하기도 한다.

종교적 신앙심이 깊을수록 소신이 강하고 주관을 굽히지 않는다는 일반적 인식은 대법관들에게도 그대로 투영됐다. 종교가 없는 사람이 소수의견을 낸 비율(8%) 가장 낮았고 기독교가 13%로 가장 높았다.

출신지역에 따른 소수의견 비율은 비교적 대법원내 소수 집단이었던 경남ㆍ부산(12.7%)과 이북 출신(12.1%)이 호남(8.3%)에 비해 높았으나, 다른 출신지역 간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또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고생을 하며 성장기를 보낸 대법관들이 부유층에서 자란 대법관들에 비해 소수의견(전체 사건 대비)을 평균 3.2% 가량 많이 냈다. 형사사건만 보면 상류층(11.75%)과 하류층 출신(17.82%)의 간격이 평균 6% 이상으로 더욱 벌어졌다.

●인권 사건과 소수의견

, 이를 정치적 성향과 직접 연결시키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다뤘던 주요 시국ㆍ인권 사건에서 군사정권에 저항하며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대부분 전체 소수의견 비율도 상위권이었다. 한국적인 특수상황이 반영된 현상으로 보인다.

1980년 10ㆍ26 내란 음모사건 재판 당시 6명의 대법관이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등에 대해 내란목적살인죄를 적용하는 것에 반대해 소수의견을 냈다. 이들 중 민문기 대법관은 형사사건에서 소수의견 빈도(12건)와 비율(46.1%)이 단연 1위였다. 또 임항준 대법관은 전체 소수의견 비율이 36.51%로 가장 높았고, 김윤행 대법관은 형사 소수의견을 7차례 제기해 역대 대법관 중 5위를 기록했다.

1975년 인혁당 사건 재판에서 유일하게 소수의견을 냈던 이일규 전 대법원장은 민문기 전 대법관에 이어 두 번째로 형사사건에서 소수의견(10건)을 많이 낸 반골이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역시 대법관 재직 시절 자신이 맡은 주심사건 16건 중 11건에서 소수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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