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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프랑스에서 날아든 두 편의 사랑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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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프랑스에서 날아든 두 편의 사랑노래

입력
2006.12.08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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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사랑이 있었다면…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함께 있을 수 있다면 1, 2 / 안나 가발다 지음ㆍ이세욱 옮김 / 문학세계사 발행ㆍ각권 408쪽ㆍ1만1,000원사랑, 소설 같은 이야기 / 카미유 로랑스 지음ㆍ송의경 옮김 / 문학동네 발행ㆍ352쪽ㆍ1만1,000원

“사랑에 대해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면, 결코 사랑을 경험하지 못했을 사람도 많다”고 말한 것은 라 로슈푸코였다. “내 삶을 통해 일어나는 모든 사랑의 실패는 흡사하다”고, “사랑에서 한 사람은 다른 한 사람을 반복할 뿐”이라고 말한 이는 롤랑 바르트였다. 전자가 획득형질로서의 사랑의 본질을 간파했다면 후자는 언제나 같은 유형을 좋아하고 같은 이유로 결별하는, 유전자에 각인된 욕망의 원형질로서의 사랑을 강조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프랑스인이다.

‘사랑 담론의 종주국’ 프랑스에서 두 편의 연애소설이 날아들었다. 한 편이 사랑의 실재를 믿고 싶게 만드는 따스한 로맨스라면, 다른 한 편은 적나라하게 까발려진 사랑의 해부도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프랑스 최고의 인기 여성작가다.

2004년 프랑스 최고의 베스트셀러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은 상처와 절망을 딛고 서툴지만 차근차근 사랑의 기술을 배워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예술에 대한 회의로 스스로를 고독 속에 유폐시킨 화가 카미유. 야간 청소부로 육신을 혹사하며 자신을 학대하던 그녀가 무식한 욕쟁이 요리사 프랑크와 사랑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섬세하고 따스한 필치로 읽는 이의 마음을 데운다.

식자와 무식자, 섬세한 여자와 난폭한 남자, 귀족의 후예와 밑바닥 출신, 건전한 소시민과 마약중독자, 본토박이 프랑스인과 외국인 노동자…. 수많은 대립항들이 두 연인과 그 주변 인물들이 엮어가는 소통의 망을 통해 아름답게 해소되는 과정은 삶과 인간을 긍정하고 싶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800쪽이 넘는 이 방대한 소설에서 카미유와 프랑크는 179쪽에 이르러서야 첫 만남을 갖는다. 그러나 여느 로맨틱 코미디 영화와 다를 것 없는 소략한 서사를 가지고 어떤 지루함도 느끼지 않게 만드는 데 이 예쁜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이 있다. 평단보다 대중이 먼저 알아보고 격려해준 이 작가는 프랑스에서 “보통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비범한 문학으로 끌어올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자친구와의 정사를 할머니에게 들키는 도발적 첫 장면으로 시작하는 <사랑, 소설 같은 이야기> 는 사랑에 관한 철학서라 불러도 좋을 책이다. 손녀의 성애를 두고 “그런 것이냐, 사랑이?”라고 묻는 할머니의 물음은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다.

작가 자신으로 짐작되는 소설의 주인공은 라 로슈푸코 공작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던 중 “사랑의 방식에도 계보가 있을까” 하는 의문에 사로잡힌다. 단 한 번의 성관계로 애정 없는 부부생활을 시작한 증조할머니와 남편의 부정을 허영과 사치로 해소하려던 할머니, ‘나’를 임신한 상태로 외도와 스와핑을 일삼던 어머니. 그녀들의 사랑 방식은 내게 어떤 식으로 축적돼 있을까.

라 로슈푸코, 플로베르, 폴 제랄디 등 여러 ‘연애철학자’들의 입을 빌어 화장을 지운 여인의 낯선 맨얼굴 같은 사랑의 실체를 분석하는 이 소설엔 밑줄을 긋고 싶은 사랑의 명언들이 우수수 쏟아진다. “아무 데나 두루 다 쓰이지만 아무 데도 들어맞지 않는 ‘사랑’이라는 알량한 명사”(61쪽)의 정의들이.

소설의 결론은 잔인하다. “사랑은 없다. 사랑의 순간만이 있을 뿐”이란다. 역사가 그렇듯 사랑 역시 우리가 이야기하는 그 언어로만 존재한다. 불륜 여부를 추궁하는 남편에게 주인공이 하는 말. “이브, 정말 당신을 사랑했어. 내가 지금 옛날의 그 소녀가 아니라서 미안해. 사람은 변해. 내가 무슨 말을 했으면 좋겠어?”

페미나상을 수상한 작가는 자서전에 육박하는 오토픽션이라는 형식으로 작가로서의 영욕을 동시에 겪었다.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남편으로부터 판매금지 소송을 당한 이 소설에 대해 법원은 작중인물의 실명을 바꾸는 것을 조건으로 작가의 손을 들어주었다. “삶 자체에 이미 소설적인 요소들이 뒤섞여 있다”는 게 이유였다.

작가는 사랑타령이 지겹다고 느낄 독자들을 위해 슬쩍 한 마디의 변명을 끼워넣었다. “유일한 존재 이유가 사랑인 문학이 만일 우리에게 사랑을 가르쳐주지 않는다면 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76쪽)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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