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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입력
2006.12.08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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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출판을 아느냐"기획회의 엮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발행ㆍ 424쪽ㆍ1만5,000원

“그 영화를 보고 출판도 인간에 대한 신뢰와 애정에 바탕을 둔, 지난한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복싱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을유문화사 권오상 편집부장은 자신의 업인 출판 일을 감동적인 권투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 에 비긴다.(274쪽)

이 시대, 책을 만들어 세상에 유통시키는 일은 무엇인가? 갈수록 강퍅해 가는 영상ㆍ인터넷 매체의 이데올로기에 맞서는 인문주의적 결단인가, 아니면 책이라는 낡은 형태의 상품 앞에서 지갑을 열어 젖히게 만드는 세련된 판촉 행위인가?

책은 국내 유수 출판사의 편집장, 주간, 고참 편집부원 30명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전문 직업인이 들려주는 실무적인 비방책인 듯 하다가도, 더러는 세상을 꿰뚫는 오도송(悟道頌)을 연상케 한다.

편집, 제작은 물론 창고 일까지 한 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출판인들은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다. 그들 말대로 “답답한 익명의 세계”그대로다. 그러나 자신들의 아이디어로 태어난 도서가 언론의 주목을 받고 대박을 터뜨리기까지의 통쾌함으로부터 그들은 결코 떠나지 못한다.

출판기획자로 입문해 좌충우돌하며 겪은 에피소드들은 갈수록 빡빡해져 가는 우리 사회에도 한 가닥 숨쉴 데가 있다는 증거다. 그러다 ‘작품’이 나온다. 평소 사소해 보이는 것도 꼼꼼히 챙겨두고 직접 발품을 팔아, 결국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이야기는 가치를 창조하고 사람들과 나누는 자로서의 출판인의 긍지가 압축돼 있다.

그들은 항상 세상의 조류에 민감해야 한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면, 때로는 스토커라는 별명도 불사할 정도로 대상을 파고들어야 한다. 백발을 휘날리는 편집자들이 평생 함께 작업한 필자들과 1년 내내 함께 책을 만들고, 그 책들이 출판시장을 이끌 그 날은 출판인들의 꿈이다.(119쪽) 이 책은 격주 발행 <기획회의> 가 지난 1~8월 ‘기획자 노트 릴레이’라는 제하로 연재한 50매 분량의 글들을 모은 결과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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