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서머힐의 교육을 받은 그림책 작가 존 버닝햄은 열일곱 살 때 ‘정부’라는 권위와 싸우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했다. 퀘이커 교도들의 병역거부 모임에 들어가 이탈리아, 유고슬라비아, 이스라엘 등지의 슬럼가에서 일하고 학교도 지었다. 그런 이력 때문일까, 그의 작품에서 권위에 도전하는 장면들과 종종 만나게 된다. <지각대장 존> (비룡소)이 대표적이다. 지각대장>
이 책에는 전통적이며 고리타분한 복장을 한 선생님이 나온다. 그의 학생 존은 날마다 지각한다. 주변이 아직 어두울 때 집을 나서는 데도 그렇다. 어디선가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이다. 존에게도 지각의 이유는 있다. 악어가 나와 책가방을 물어서, 사자가 바지를 물어뜯어서. 또 갑자기 닥친 홍수 때문이다. 그러나 선생님은 아이의 말을 들어줄 귀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저 규율과 권위에 도전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해 폭발할 듯 화가 나 있다.
우리의 전통적인 학교는 아직도 두려움과 통제로 아이들을 다스린다. 무궁화표를 받아 붙이던 엄마 아빠 때나, <나쁜 어린이표> (황선미 지음, 웅진주니어)를 받는 지금 아이들 때나. 모든 어린 동물들이 그렇듯, 우리 아이들 또한 세상에 나면서부터 스스로 배우는 능력을 타고 났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가장 개인적 기록인 일기까지 검열한다. 게다가 엄마들은 빨간 볼펜으로 댓글까지 써주는 선생님을 좋아한다. 결국 아이들에게 <일기 감추는 날> (황선미 지음, 웅진주니어)이 생겼다. 이렇게 자기 참 모습을 가리고 서로 경쟁해야 하는 터라 우정을 쌓는 일도 버겁다. 그 와중에 <내 짝꿍 최영대> (채인선 지음, 재미마주)처럼, 어느 순간 눈물보가 터지는 아이들이 있다. 내> 일기> 나쁜>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소재로 한 창작 동화 몇 편을 통해 커가는 아이들의 마음을 느껴보자.
<조커-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수지 모건스턴 지음, 문학과지성)와 <나쁜 어린이표> . 피부는 쩍쩍 갈라지고, 목소리는 희한하고, 뚱뚱하고 게다가 나이까지 많은…. 새 학년 새 교실에 나타난 노엘 선생님은 아이들의 기대와 달리 실망스럽다. 그런 노엘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한다. ‘조커’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쓰고 싶은 조커를 고를 수 있다. 선생님은 그 조커의 요구를 꼭 들어주어야 한다. 그러면 교실이 엉망진창이 되지 않을까? 어른들은 당장 그 걱정부터 하게 마련이다. 나쁜> 조커-학교>
또 다른 교실을 엿보자. 건우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나쁜 어린이표’를 준다. 교실을 ‘잘’ 운영하기 위해서. 아이들은 ‘선생님 앞’에서는 욕을 하지 않고 침을 뱉지도 않는다. 우리 아이들의 학급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스티커 효과’다.
건우의 선생님과 노엘 선생님의 차이는 무엇일까? 두 선생님은 원칙을 정했다. 어떤 상황이 되면 각각 ‘조커’와 ‘나쁜 어린이표’를 주기로. 그런데 조커와 나쁜 어린이표는 너무 달랐다. 노엘 선생님의 아이들은 자신이 쓰고 싶은 조커를 사용하면서 그 순간을 판단, 선택하고 상황에 따른 결과와 주체적으로 만난다. 반면 건우 선생님의 나쁜 어린이표는 모든 학생이 ‘조용히’하는 모범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는 게 목표다. 선생님의 표정을 살피는 아이들의 눈을 그려보라.
어린이도서관 ‘책 읽는 엄마, 책 읽는 아이’ 관장 김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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