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30여년 대치 풀고 공항·항구 개방 제안… EU 가입 승부수
터키가 30여년 대치해온 키프로스에게 항구와 공항 각 1곳을 개방하겠다고 유럽연합(EU)에 제안했다. EU 가입에 난항을 겪는 터키가 가입 협상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14,15일 브뤼셀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비장의 카드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EU 순번 의장국인 핀란드는 7일 터키가 개방할 항구와 공항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이 같은 제안을 받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말 회원국인 키프로스의 선박 입항을 금지하는 등 교역을 봉쇄하고 있는 터키에 대해 가입 협상의 일부 중단을 권고했고, EU는 11일 외무장관 회의를 거쳐 정상회의에서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EU는 터키의 구상을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은 “터키의 제안이 공식 확인된다면, 분명히 중대한 조치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핀란드의 에르키 투오미오야 외무장관은 “터키가 조건 없이 제안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면 터키의 EU 가입 협상을 지속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 측은 EU가 터키령 북키프로스에 가하고 있는 무역 봉쇄를 해제하는 것을 조건으로 키프로스에 항구와 공항을 개방하는 것을 제안했다고 밝히고 있어, EU의 입장에서는 터키와의 가입 협상을 지속할 해법으로 여기기 어려워 보인다. 핀란드는 터키의 제안이 EU의 요구에 부합할지는 확실치 않다고 전했다. 키프로스 정부는 터키의 제안에 대해 “여론을 동요시키기 위해 미리 계획한 것으로 EU를 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터키의 EU 가입 협상에서 쟁점이 된 키프로스는 현재 남ㆍ북으로 분리돼 있으며, 2004년 그리스계 정부가 들어선 남키프로스가 단독으로 EU에 가입했다. 터키는 그리스계(80%)와 터키계(20%)로 주민 구성이 양분돼 있는 키프로스에서 1974년 친 그리스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자 터키계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군사 개입, 북부를 점령했다. 키프로스는 2004년 EU 가입에 앞서 유엔 중재로 통일을 위한 국민투표를 남ㆍ북에서 각각 실시했으나, 남키프로스의 부결로 무산된 채 그리스와 터키의 분쟁 지역으로 남아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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