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고급 위스키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고연산 위스키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를 겨냥, 업체들이 최고급 위스키를 대거 출시하고 있다.
위스키의 본 고장 유럽에서는 숙성기간이 12년만 되도 프리미엄급으로 분류되지만, 국내에서는 17년 혹은 21년 이상 된 울트라 수퍼 프리미엄급 위스키가 인기있다는 것에 기인한 것이다.
세계 최대규모의 위스키 회사인 디아지오는 최고급 명품 위스키 '조니워커 블루라벨 킹조지 5세'를 출시한다. 영국 국왕 조지5세가 조니워커의 품질과 가치를 인정, 왕실보증서를 하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제품은 1930년대 증류소에서 제조된 위스키 원액을 블렌딩한 것.
디아지오가 세계시장 출시를 앞두고, 최고급 위스키를 선호하는 아시아지역에 우선 공급하게 된다. 가격은 130만원으로 백화점이나 호텔에서 판매한다.
디아지오 관계자는 "킹 조지5세는 추가 생산이 불가능한 위스키 원액이 담겨있어 판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며 "비즈니스용 선물로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모엣 헤네시 코리아가 내놓은 '글렌모렌지 마고 캐스크 피니쉬'는 위스키에 포도향을 가미한 독특한 위스키이다. 프랑스 마고 지역의 빈야드에서 생산된 와인을 보관한 오크통에 위스키를 담아냈다. '스코틀랜드의 정신'과 '프랑스의 영혼'을 혼합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
오렌지, 사과, 생강 등 와인의 향기에 향긋한 후추와 계피의 향이 뒤섞인데다, 위스키의 꽃향기와 과일향기가 더해져 맛이 강렬한 것이 특징이다. 독특한 블렌딩 기법 때문에 18년산 싱글몰트위스키이지만 가격은 10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올해는 3,588병만 생산됐는데 이중 26병이 국내에 수입됐다.
하이트맥주의 계열사인 하이스코트도 21년산 위스키 '킹덤'을 이달 중 출시할 예정이다. 하이스코트가 새 브랜드를 내놓은 것은 2003년 3월 커티삭이후 3년9개월만이다.
이 제품의 출시로 지난 해 선보인 진로발렌타인스의 '발렌타인 21년', 디아지오코리아의 '조니워커 블루라벨'에 이어 21년산 위스키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하이스코트가 기존 21년산 제품에 비해 가격을 낮춰 판매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맥주와 소주업계 1위인 하이트ㆍ진로의 막강한 유통망을 활용한다면 시장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세계 프리미엄 위스키 소비량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시장"이라며 "연말연시를 맞아 업체간의 마케팅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섬세한 블렌딩 거친 술 폭탄주 되는 건 아쉬워"
● 마스터 블렌더 존 람지
"폭탄주도 좋지만 위스키를 제대로 맛보는 것은 어떨까요?"
최근 한국을 찾은 마스터 블렌더 존 람지(56ㆍ사진)씨가 한국의 폭탄주 문화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위스키를 마시는 정답이 따로 정해져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지는 않지만, 섬세한 블렌딩 과정을 거친 술인 만큼 위스키 원래의 맛에 충실하는 문화가 이뤄졌으면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화학을 전공한 람지씨는 17세에 업계에 발을 들여 놓은 이래 40년간 위스키와 함께 살아왔다. 세계에서 30명밖에 없는 마스터 블렌더(에드링턴 그룹)로 활약중이며, 스코틀랜드 위스키 심사위원장이기도 하다.
람지씨는 위스키 12년산의 경우, 미네랄 워터나 소다를 섞어서 마시면 좋다고 권했다. 목넘김도 부드럽고 천천히 향을 음미하며 편안하게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이트잔 보다는 넉넉한 언더락잔에 섞어서 마시고, 맛과 함께 색깔을 즐기기 위해 투명 글래스잔을 추천했다.
17년산은 물이나 소다를 섞어 마시는 것을 권했다. 물의 양을 너무 많이 넣어도 위스키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없으니 25도 정도의 알코올 도수를 지켜주는 것이 좋다는 것. 21년산은 물을 아주 조금 섞어서 마시거나 위스키 원액을 입에 넣고 천천히 혀로 굴리며 향을 음미할 것을 권했다.
30년산은 아무 것도 섞지 말고 위스키 본연의 맛을 즐길 것을 주문했다. 잘 숙성된 맛과 고급스러운 향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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