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5차 협상이 사흘째인 6일(현지시간) 한국측의 최대 목표인 무역구제 분야에서 양측의 대립으로 협상이 중단되고 의약품과 자동차 등 주요 핵심 분과회의도 조기 종료되는 등 파행을 겪었다.
당초 한미 FTA 체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 이번 협상은 이들 핵심분야 협상이 중단됨에 따라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양측은 전날에 이어 무역구제 분과회의를 열었으나 미측이 한국측이 요구한 5가지 반덤핑 관련 개선 요구사항에 답변을 주지 않아 한국측이 회의를 즉각 중단시켰다.
김종훈 한국측 수석대표는 기자회견을 갖고“무역구제 분과 협상을 계속할 실익이 없다고 판단, 협상을 중단했다”며 “의약품ㆍ의료기기와 자동차 작업반의 협상도 5일 실질적인 논의가 끝나 협상을 중단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도 이어 기자회견을 요청, “한국측이 무역구제 관련 요구안을 제시했고 일괄적으로(all or nothing) 가부를 정해 답변하기를 요구했다”며 “이는 미국으로선 가장 민감한 사항 중 하나로 한국측이 비합리적으로 요구를 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일축했다.
이에 따라 이들 협상은 당분간 진전을 기대하기가 힘들게 됐다. 협상장 일각에서는 양측이 고위급 협상을 통한 주고받기 식 해결에 나설 시점이 다가온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핵심분야의 논의 중단에도 불구하고 상품무역과 서비스 등에서는 다소 진전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FTA 5차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짐에 따라 섬유분과 협상에 이어 다른 분야에서도 고위급 협상을 벌여 돌파구를 마련할 전망이다. 5번이나 협상을 벌였음에도 무역구제와 농업, 섬유, 자동차, 의약품 등 주요핵심분야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해 미국측이 협상 최종시한으로 여기고 있는 내년3월까지도 타결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5차 협상에서 양국이 격돌한 무역구제의 경우, 미국측은 “한국측이 제시한 5가지 요구안을 수용하는 결정은 워싱턴에서 검토할 일”이라며 “한국측 제안에 대해 당장 가부결정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웬디 커틀러 미 수석대표도 이 같은 결정을 직접 내릴 권한이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김현종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주부터 미 워싱턴을 방문, 미 의회 의원들을 상대로 무역구제 등에 대한 설득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고위급의 막후접촉을 통해 해결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실상 무역구제 분야 협상은 양국 협상단의 실무선을 떠나 연말까지 양국의 고위급 인사들간의 물밑협상을 통해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농업분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은 농업분과 협상 첫날 회의를 마친 5일“아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사안들은 이제 실무선을 떠나 고위급으로 가서 협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추가 개방안을 찔끔찔끔 내는 것은 의미가 없고 민감 품목을 조정할 수 있는 결정권을 가진 고위급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융서비스 분과장인 신제윤 재정경제부 국제금융심의관도 국책 금융기관 허용범위와 관련, “미측이 산업행은과 기업은행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산은과 우체국 금융 등 큰 쟁점은 실무급 논의도 지속하지만 고위급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빅스카이=장학만기자 local@hk.co.kr
"反덤핑제 개선할 마지막 기회" 연말이 규정변경 시한…물밑접촉 예상
한미 FTA 5차 협상이 한국측의 최대 목표였던 무역구제 분야에서 암초에 부딪쳤다. 미국은 한국측이 제시한 5가지 반덤핑관련 개선 요구안에 대한 일괄적인(all or nothing) 수용여부 제안이 비합리적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한국으로선 무역구제는 꼭 개선해야 할 목표로 회의 중단이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양국의 첨예한 쟁점 분야인 자동차와 의약품 협상도 조기 종료되는 등 5차 협상은 파행을 겪게 됐다.
무역구제 절차의 개선은 한국정부가 한미FTA를 추진하면서 가장 기대가 큰 분야로 수출업계의 핵심 요구 사항이다. 한국측은 미국의 무역촉진권한(TPA)법상 연말까지 관련규정의 변경 가능성을 확정, 미 의회에 통고해야 해 이번 협상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별러왔다.
미측은 ‘무역구제는 FTA의 협상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에서 ‘논의는 할 수 있다’로 한 발 물러섰지만, 시한이 얼마 남지않은 상황에서 한국측은 예상된 강수를 둘 수 밖에 없었다.
미측은 한국의 5가지 요구와 관련 일괄적으로 ‘수용하든지, 떠나든지(take it or leave it)’ 하라는 최후통첩에 당혹감을 보였다. 미국은 가부(可否)에 대한 답변을 주지 못했고 한국 협상단은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자동차와 의약품 협상마저도 중단됐다. 7월 2차 협상에서 미측이 의약품 작업반의 협상을 중단시켰던 상황을 재연한 셈이다.
미측으로서는 한국측의 승부수에 어떤 형식으로 든 명분을 세워줘야 할 수세적인 입장에 몰렸다. 전체 협상의 타결을 위해선 그럴 수밖에 없다. 미의회 통보 시한인 연말까지 20여일 남아있어 치열한 물밑 접촉이 예상된다. 미측이 한국의 요구사항 중 일부만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측은 무역구제 협상 결렬을 이유로 미국의 관심 분야인 의약품과 자동차 협상을 전격 중단했다. 무역구제 분야의 논의를 위해 의약품과 자동차를 지렛대로 사용한 셈이다. 이는 무역구제와 자동차ㆍ의약품이 서로 연계해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종훈 대표는 “미측이 배기량 기준 세제 개선을 요구해온 자동차 분야는 전체 협상의 진전이 있을 때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무역구제에서 진전이 있을 경우 자동차 분야에서 노력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역구제를 둘러싼 이견이 해소될 경우 쟁점분야인 자동차와 의약품 분야의 협상도 내년에는 서로 주고받기 식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무역구제(Trade Remedies)
외국제품의 수입이 급증해 자국산업의 매출 감소 등 피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의 원인을 가려 정부가 외국제품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 특정물품의 덤핑수입, 외국정부의 보조금ㆍ장려금 정책, 예상치 못한 수입급증의 3가지 원인으로 자국산업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시행한다. 시행방안으로는 반덤핑관세 부과, 상계관세 부과, 세이프가드 발동이 있다. 주로 미국이 자국 섬유산업과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자주 사용해왔다.
빅스카이=장학만기자 local@hk.co.kr
●김종훈 대표 "무역구제 진전 있다면 車도 진전 가능"
김종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국측 수석대표는 6일(현지시간) 반덤핑 개선 조치가 핵심인 무역구제 협상 중단 사태와 관련 "미국측이 (무역구제 분야에서) 노력한다고 했으니 그 부분이 어떻게 반영되는지 보고 우리측의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종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워싱턴을 방문하고 있다는데.
"사실이다. 미국 의회가 12월에 마지막 회기를 진행하고 있어 많은 의원들이 워싱턴에 모여있다. 주로 미국 의원들을 만나고 있다. 확정된 일정이 있지만 현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일단 방미의 목적은 의원들 접촉에 있다. 무역구제도 중요하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 얘기를 할 것으로 본다."
-무역구제 분야에서 우리측이 요구한 내용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의약품과 자동차 협상이 계속 중단되는 것인가
"두고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내용을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
-무역구제 협상의 향후 전망은. "미국측도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측의 입장을 이해하는 차원에서 말한다면 행정부의 입장에서 미국 의회에 어떤 형태의 언질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측이 노력하겠다고 했으니 노력한 부분이 어떻게 반영되는지 보고 우리측의 입장을 결정하겠다."
-필요하면 자동차 분과의 경우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고 했는데.
"무역구제에서 어떤 형태의 진전이 있다면 자동차의 경우 합의에 이르는 것은 어렵더라도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웬디 커틀러 "한국요구 수용 여부는 내 소관 아니다"
웬디 커틀러 한미FTA 미국측 수석대표는 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요구한 반덤핑 개선 조치에 대한 수용 여부는 내가 직접 답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이 무역구제와 관련해 5가지 내용을 요구했는데 수용하기 어려운 것과 가능한 것은.
“답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3번째 선적 물량이 반송 폐기 결정됐는데.
“쇠고기 문제에 앞서 말하고 싶은 것은 최근 한국측의 결정에 실망스럽다고 말하고 싶다. 이것은 무역교역국 간 상업적으로 가능한 방식은 아니라고 본다. 쇠고기 문제에 있어서는 앞으로 나아가기 보다 뒤로 퇴보하고 있는 것 같다. 3차례 선적물량을 반송 폐기한 결정과 식품 안전성 간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위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고자 한다. 기술적으로 보면 그런 논의가 FTA 지붕 안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해 당사자들의 지지를 얻고 의회의 비준을 얻기 위해서는 쇠고기 시장의 전면적인 재개방이 필요하다고 본다.”
-몬태나에서 돌아가면 의회에 제출할 보고서를 작성한다고 했는데 무역구제가 포함되나.
“보고서는 미국 의회 규정에 따라 어떤 FTA 협상이라도 180일 전에 제출토록 규정돼 있다. 물론 무역구제 부분도 분명히 다뤄지게 될 것이다. 무역구제와 관련한 한국측의 요구사항은 미국측에 있어서 가장 민감한 분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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