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5차 협상의 성패를 가늠할 무역구제 분과 협상이 시작됐다.
한국측 협상단은 협상 이틀째인 5일(현지시간) 반덤핑 문제가 핵심인 무역구제 분야 첫날 회의에서 당초 14가지 요구사항을 5가지로 줄여 미국 측에 제시한 뒤, 이에 대한 수용 여부를 6일까지 결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사실상 최후통첩을 전달한 셈이다.
무역구제의 경우 미국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무역촉진권한(TPA) 시한이 내년 6월말로 끝나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개정하려면 늦어도 연내에는 변경 내용을 확정해 의회에 통보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한국측은 무역구제 분야의 연내 타결을 위해 협상 여지가 남아있고 실질적인 효과를 도출할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요구 사항을 14가지에서 5가지로 줄여 이날 미측에 제시했다.
한국측이 제시한 5가지 요구사항은 ▦산업피해 판정시 국가별 비합산 ▦무역 국제협력위원회 설치 ▦반덤핑 조사 전 통보 및 사전 협의 ▦반덤핑 혐의시 사전에 가격ㆍ물량 조절 ▦반덤핑 마진 계산시 불리한 사실만 포함시키는 관행 지양 등이다.
미국이 반덤핑 관세 부과를 위해선 덤핑(마진 2% 이상) 행위와 미국 산업의 피해가 있어야 한다. 미국은 그 동안 산업 피해를 추산할 때 여러 수출국들로 인한 피해를 누적 적용해 왔다. 한국 업체들은 그 동안 중국 등 다른 국가 업체들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산업피해 판정을 받은 사례가 비일비재해왔다. 따라서 이번에 한국측이 제시한‘산업 피해 판정시 국가별 비합산’요구안은 다른 국가들과 함께 묶어 반 덤핑 관세를 부과하지 말고 한국 업체를 따로 떼내 판정해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문제는 이들 5가지 요구사항 중‘위원회 설치’를 제외한 4가지는 모두 미국의 반덤핑 법을 바꿔야 하는 사항들이다. 그러나 미국은 그 어떤 FTA에서도 반덤핑과 관련된 조항을 삽입한 적이 없다. 따라서 한국측의 요구안을 미국이 받아들이기에는 그만큼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백두옥 무역구제 분과장은 “이들 5개 요구안은 양자 협상의 여지가 있고 수출 기업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이슈”라며 “미국 측이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할 경우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빅스카이=장학만기자 local@hk.co.kr
'한미 FTA' 원정 시위대 촛불집회
한미 FTA 5차협상 저지 원정 투쟁단 (단장 오종렬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은 5일(현지시간) 밤 한국 내 FTA저지 제3차 범국민 총궐기대회 시간대에 맞춰 협상장이 있는 빅스카이 리조트 내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원정시위대 28명은 이날 하루 종일 눈이 내린 후 기온이 떨어져 영하 20도의 차가운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피켓과 촛불을 들고 반 FTA구호를 외치며 두 시간 정도 집회를 열었다. 오 대표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한미 FTA는 이미 실패한 모델인 나프타를 따르고 있다”며 “멕시코와 캐나다, 한국까지 모든 노동자와 농민은 살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시위대의 한 관계자는 “한국측 협상단과 원정시위대가 빅스카이 리조트에 함께 와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야 하는 상황이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 먼 곳까지 와서 같은 한국 사람들끼리 반갑게 인사를 나눌 수 없다는 것도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위는 경찰에 사전 신고를 하지 않고 이뤄진 불법 시위로 자칫 시위대 모두가 경찰에 연행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리조트 관계자들이 평화적인 시위모습을 보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아 별 무리 없이 끝날 수 있었다. 몬태나 연방경찰청은 6일부터 원정시위대가 사유지인 협상장내로 진입하거나 200m안으로 들어올 경우 즉각 연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빅스카이=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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