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 지명자는 5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의 인준 청문회가 끝난 뒤 실시된 표결에서 24대0 만장일치로 인준을 받는데 성공했다. 게이츠 지명자는 이번 주내에 실시될 예정인 상원 전체회의에서도 무난히 인준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이측 지명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북핵 해법과 관련, “미국의 전략은 억지력과 외교를 통해 평화를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억지력 행사와 외교를 병행해 나갈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 언론 기고문을 통해 단계적인 제재 및 대북금수조치는 거의 효과가 없다며 북핵시설에 대한 직접 공격을 주장했던 것과 달리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 하느냐에 대한 견해가 바뀌었으며 현재로선 외교가 가장 좋은 길이라는 것을 분명히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국방부 내에서 대북 선제 공격론이 더 이상 영향력을 발휘하기가 어렵게 됐음을 의미한다. 다만 게이츠 지명자는 “북한의 핵무기와 기술, 핵물질 확산의 잠재적 가능성은 우리가 대처해야 할 주요 우려사항이자 위협”이라며 “북한이 (핵무기 등) 비대칭적 전력을 계속 추구하는 것은 미국과 우리의 동맹, 지역, 국제사회에 상당한 안보 도전”이라고 규정,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거듭 강조했다.
게이츠 지명자는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 대해 ‘핵우산’을 제공할 것임을 확인한 뒤 대북 군사적 억지와 관련, 미사일방어(MD)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북 군사 억지력의 핵심이 한미 동맹 관계임을 강조한 뒤 일부가 우려하고 있는 한미 동맹의 현주소를 “강력하고 활력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나아가 그는 주한미군 재배치 및 전시 작전권 이양 문제에 대해 지속적 추진의사를 분명히 함으로써 전체적으로 한미 현안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 큰 변화가 없음을 밝혔다. 게이츠 지명자는 전시작전권 이양문제와 관련, “한미간에 합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인준 받으면 한국 국방장관과 협력해 이 절차를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게이츠 지명자는 이날 이라크전 상황에 대한 질문에 “미국이 이라크전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 이 발언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평가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인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게이츠 지명자는 의원들의 거듭된 질문에 나중에 “미국이 이라크에서 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며 뒤늦게 상황반전을 시도했다. 게이츠 지명자는 또 이란과 시리아에 대한 군사공격이 현재보다 더한 반미 물결을 일으키는 등 미국에 예상치 못한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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