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강만길)는 6일 친일반민족행위자 106명을 최종결정해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는 민간 연구기관이나 학계가 아닌 국가 주도로 일제강점기 친일반민족 행위를 조사, 결정해 최초로 공개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
위원회는 일제강점 초기를 제1기 조사시기로 정해 1904년 러ㆍ일전쟁부터 1919년 3ㆍ1운동까지의 시기에 대해 4개 부문, 13개 분야로 나눠 조사했다.
따라서 이번에 확정된 친일반민족행위자 106명은 일제강점 초기 정치와 통치기구, 종교, 학술,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이뤄진 친일행위 관련자가 포함돼 있다. 이완용, 박제순, 이근택, 권중현 등 을사오적과 의병탄압에 앞장선 최진태, 동양척식주식회사 설립위원으로 일제의 경제침탈에 적극 협력했던 백완혁, 일진회 회장 이용구,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발행인 선우일 등이 포함돼 있다. 을사오적중 한명인 이지용은 이해관계인 통지 절차가 진행중이어서 106명에서 제외됐다.
위원회는 106명의 친일반민족 행위자와 ‘결정이유서’, 기초자료 수집과 객관적 실증자료 분석 등 1년여 동안 펼친 조사활동 등을 담은 보고서 2권(1,400여쪽)도 제출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 초기 친일행위자 106명 결정
정부기관에 의한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처음 공식 확정, 공개되면서 친일파 청산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될 전망이다.
진보진영은 “1948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이후 국가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이뤄진 성과로 일제잔재 청산의 중요한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보수진영은 그러나 기준이 모호하고 행위규명이 어려운 상황에서 과거 파헤치기는 쓸데 없는 국력낭비라고 주장했다.
106명의 친일반민족행위자는 일제강점 초기인 1904년부터 1919년 3ㆍ1운동까지 활동했던 인물들로 을사오적 등 비교적 행위가 분명한 데 비해 남은 기간의 조사는 상대적으로 민감해 갈등이 더욱 첨예해질 전망이다.
민족문제연구소 이용창 박사는 “그 동안 앙금처럼 남아있던 일제잔재를 청산할 있는 발판을 확보한 셈”이라며 “친일파들의 행위규명을 위해 굉장히 광범위하게 원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 최대한 객관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혜준 자유주의연대 정책실장은 국가차원의 규명활동에 반대입장을 보였다. 김 실장은 “사료가 풍부하게 남아 있지 않아 자의적 획일적 잣대를 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며 “과연 과거사 규명이 이 시점에서 국민통합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위원회의 설립목적이 개인을 법적으로 처벌하기 위한 게 아니라 과거 잘못된 역사에 대한 성찰과 정의로운 사회실현을 위한 공동체의 윤리를 정립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후손들이 위원회의 결정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결정을 할 수 없다. 법은 조사대상 선정과 결정 후 후손 등 이해관계자에게 통지하고 60일간의 이의신청기간을 두도록 하고 있다. 을사오적인 이지용의 경우 후손들이 최종결정 된 뒤 보낸 통지서는 반려돼 제외됐다. 대표적인 친일단체인 일진회를 만든 송병준도 같은 경우다. 위원회 관계자는 “통지 대신 관보 등에 공고하는 방식을 통해 친일반민족행위자 결정이 지연되는 것을 막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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